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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Jul 03. 2017

쓰지 않을 때 더 느는 특별한 글쓰기

은유, 《쓰기의 말들》

은유,《쓰기의 말들》

글 쓰는 생활의 영양제



글쓰기는 분명 배우고 연습하면 늘게 되는 기술 중 하나이다. 작게는 맞춤법에서부터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법, 한 문단에 한 주제를 쓰는 법까지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기술이 갖추어진 후에는 한 가지 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건 바로 어떤 글을 쓸 것이냐를 택하는 생각의 능력이다.


글을 쓰는 일은 머릿속을 스쳐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붙잡아 문장으로 다듬어 내는 일이다. 여기서 '다듬어 내는' 것이 앞서 말한 글쓰기의 기술들이고, 이 기술들은 직접 쓰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감정과 생각들'은 생각의 능력이다.

아무리 유려한 문장을 잘 쓸 수 있어도, 떠오르는 생각들이 없거나 혹은 좋지 않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쓰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읽는 과정에서, 보는 과정에서, 듣는 과정에서, 즉 모든 일상에서 단련할 수 있다.

분명 글쓰기 책인데 글을 쓰는 비법들이 아닌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어떤 시선을 갖추어야 할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 와 같은 내용들이 더 많이 담겨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작가는 글쓰기에서 화려한 수사법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 대한 태도라고 말하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무렵 남편에게 '이상해졌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통해 공부와 삶에 대해 깨달은 태도는 자연히 글에 묻어난다.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은 세상만사를 재단하거나 타인을 평가하는 자만심의 수단으로 글을 쓰는 태도를 지양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고등학교 시절 청소부 아저씨의 비질 소리가 이상하게 다가왔던 날, 처음으로 타인의 고통을 지나치지 않고 함께 아팠던 순간을 기억해낸다. 사소한 비질 소리를 오래 마음에 담고, 자주 노동문제를 다룬 책을 뒤적였던 날들을 이야기한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글을 직접 쓰고 있지는 않지만 글쓰기 능력이 자라는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과 글쓰기의 기술이 모이면 언젠가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바람을 일으킬 글들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오늘도 가능한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 무언가를 생각해보고, 가능한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 글을 써보려 노력한다.



꾸준한 생활 글쓰기의 힘을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 힘을 어렴풋이 알지만 실천하는 데 자주 실패한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어떻게 글을 쓰라는 매뉴얼을 제공해주지 않지만,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단상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 준다. 어떤 소재, 어떤 생각도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문장들은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가볍게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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