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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Apr 22. 2019

프롤로그.
퇴근 후 인간의 선택지

육체 피로 OR 정신 불만족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밤 12시가 되어가면 초조해진다. 다음날 가뿐하고 상쾌한 출근을 위한 적정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면 당장 잠에 들어야 하기 때문. 


그런데 그 초조함은 단지 바로 잠을 잔다고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두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사이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잠을 못 자면 다음날 아침-오전 혹은 하루 종일 피곤할 거란 조바심과 이대로 잠들기엔 하려던 일들을 또 못 했다는 자괴감이 동시에 모락모락 피어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어쨌든 다음날 스트레스를 피할 길은 요원했다. 자괴감과 피곤함 둘 중에 하나만 골라~YES OR YES! 인 상황이 반복될 때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는 건가 싶다. 결론은 어쨌든 스트레스이니 그날그날의 내 텐션에 맞추어 하고 싶은 게 더 많을 땐 해서 육체 피로를 감당하다가, 피로가 쌓여 도저히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을 땐 다시 그냥 쓰러져 자는 것이 나의 대개의 날들이었다.


사실 퇴근 후 무언가를 하려는 시간을 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정시 퇴근이 쉽지 않거나, 통근 시간이 만만치 않은 경우들엔 무얼 할 시간을 내고 싶어도 상황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회사 업무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회사를 고려할 때 업무 강도가 심하게 높지 않고, 정시 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선적 기준으로 꼽았다. 어느 정도 그런 기준을 갖춘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약 1년 간은 회사 밖에서도 많은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최소 주 1회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그 모임의 기록들을 콘텐츠화 하기 위해 브런치 계정을 만들어서 관련된 이런저런 글들을 썼다. 개인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영상 제작을 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를 배워보려고 온라인 클래스를 듣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에너지는 1년이 지나자 점점 소진되었다. 반복되는 체력 저하 또는 정신 불만족으로 한번 떨어진 텐션을 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꾸준하지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힘들었다.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선 뭔가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우선 체력을 늘리는 것.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은 오랜 진리다. 누구나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면서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만 해도 많은 것들에 대한 인내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물론 그 두 가지야 말로 동시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일단 무언가를 하려고 무리하는 것보다도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면서 약한 체력을 다잡기 위해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다. 아주 잠깐 혼자서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특히 운동은 내게 늘 밀리는 최후의 선택이 되어왔다는 걸 알기에 강제적인 것이 필요했다. 게다가 필라테스는 코어를 강화하는 운동이다. 최소 8시간은 앉아서 몸을 베베 꼬며 일해야 하는 내게 단단한 코어는 늘 갖고 싶던 것 중 하나였다. 


다소 비싼 레슨비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병원비 미리 쓴다는 셈 치고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빠른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당장 집 근처 필라테스 학원을 등록하자 벌써 뿌듯한 느낌이었다. 바라건대 이러한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정신 만족과 육체 멀쩡의 경지를 완벽하진 않더라도 조금씩 이루어가길.


그 바램을 담아 앞으로 몸을 단련하며 변화하는 나의 모습들을 글로 담아보려 한다.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1개월을 끊었기 때문에 그 이후 수업 연장을 할지 안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퇴근 후 인간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1단계 여정, 필라테스 일기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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