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희 Jul 16. 2019

건강해지는 기분이 주는 효과

작고 귀여운 체력 소유자의 필라테스 간증기

아마도 필라테스를 나간 지 세 번째 정도 되던 즈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호들갑을 떨고 다녔다. '필라테스 이렇게 어려운 운동인지 알았어요? 저는 진짜 몰랐어요. 엉엉' 하면서. 특이하게 근육통은 운동을 한 다음 날 보다 다다음 날 더 아팠고, 그게 조금 나아질 것 같을 즈음엔 다시 운동을 하러 가는 날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힘든 몸을 이끌고 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꽤나 비싼 가격 때문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운동의 효과가 금방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워낙에 쿠크다스 체력이었어서 인지, 한 달 정도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근력이 붙는 게 바로바로 느껴졌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체력적으로 약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처음 보수 위에서 균형을 맞추며 뛰는 유산소 운동을 했을 때. 뭐 이런 힘든 운동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제대로 따라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룹 수업이다 보니 다른 분들이 어느 정도로 운동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있는데, 모두가 나에 비해 굉장히 가뿐하게 하고 있었다. 그때야 자각했다. 휴. 나는 진짜 체력이 너무 작고 귀엽구나.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어찌 저찌 3회 차 정도가 더 지나고 다시 보수 위에서 뛰는 유산소 운동이 돌아왔다. 오늘도 엄청 힘든 운동 하겠구나 싶어서 벌써 마음을 다잡고 걱정하면서 보수 위로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처음에 했을 때랑 보수가 다른 건가 싶을 정도로 훨씬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강도나 횟수가 달라진 건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날의 운동이 끝나고 뿌듯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같은 강도의 운동을 했는데 전과 달리 쉬워진 느낌은 내게 아주 큰 효능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 효능감은 도미노처럼 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어쩌면 가장 큰 것은 마음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 이제 원래는 금방 지쳤을 일들을 마주하더라도 속으로 '나 이제 운동하잖아! 운동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하는 생각이 든다. 심리적으로 더 튼튼하다는 느낌을 내가 갖고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를 더 많이 변화시킨다. 조금 더 오래 걸어야 하거나 길을 헤매거나, 예전엔 체력적으로 부담된다고 생각되었을 일들을 하는 걸 피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덜 힘들어지는 것 같은 기분. 기분 탓일지라도, 이건 내겐 정말 중요한 변화이다. 


나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주는 효능감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고 멋진 것 같다. 





이전 04화 스트레스받을 때 운동해야 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