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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Mar 04. 2021

나만 책임질 수 있어요

내 몸은 평생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게 된지도 어느덧 6개월 정도 지났다. 운동을 하게 되면서 내 몸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타났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주 2회를 나가는 운동 패턴이 이젠 완전히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주 2회 운동도 힘겨워 운동을 쉬는 날들엔 근육통을 겪던 내가 이젠 거의 근육통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 그리고 3개월 간 수업을 했던 센터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3개월을 했더라도 초보이기도 하고, 선생님의 티칭 스타일에 따라 수업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그렇게 나는 마치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듯한 느낌으로 새로운 센터에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요가를 베이스로 공부하셨던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필라테스 수업의 분위기는 이외로 차분했다. 이전 센터에선 숨이 벅찰 정도로 보수 위를 뛰거나, 기구 위에서 식은땀이 나는 동작을 해왔기 때문에 초반의 차분한 수업 분위기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정말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동작들을 하나씩 배워갔다. 


선생님은 나의 척추 마디마디와 숨은 근육들을 하나씩 천천히 느껴보라고 했다. 어떤 부분이 시원하게 열리는지, 어떤 부위가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는지를 인식하면서. 물론 차분한 분위기 었다 해도 뭉칠 대로 뭉치고 유연성이라곤 1도 없던 나의 몸이 편안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나 골반 쪽 근육이 많이 뭉쳐 있던 나는 다리 스트레칭이 잘 안 되는 편이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자세를 잡고 얼굴을 찌푸리며 안간힘으로 따라 하려고 힘을 주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내 몸은 나만 책임질 수 있어요."


조금만 더 하라는 말들이 익숙했던 나는 어리둥절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해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선생님은 이어서 말했다. 절대로,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도 본인이 힘들면 그만해야 하는 거라고.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옆에서 이야기하면 무리하게 되는데 그러다 다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다치게 되는 몸도 나의 것, 무리하게 되는 것도 나의 몫이라고. 


맞는 말이었다. 내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무리가 될 것 같다면, 아무리 괜찮으니 해보라는 목소리들이 많더라도 그건 오롯이 나의 책임이었다. 그 말은 운동이 아닌 다른 곳들에도 전부 적용이 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강도를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중요하다. 나도 모르게 무리하게 되다가 되려 큰 부작용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무리해서 업무를 받으려 하거나, 살인적인 스케줄을 잡아 두거나, 도달하기 어려운 계획을 세워두는 것은 나에 대한 배려 부족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망가진 컨디션이나 몸은 어느 누구도 아니고 나만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필라테스 선생님의 말씀처럼 무리하지 말자.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래서 천천히 더 유연해지기 위해서. 유연성이 제로인 사람이 처음부터 일자 다리 찢기가 될 리가 없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속근육들이 조금 더 유연해지길 인내심 있게 기다리며 하루하루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늘도 아주 조금, 유연해졌다고 믿으며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나의 범위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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