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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Apr 21. 2020

숨 쉬려고 필라테스 해요

후- 하고 갈비뼈 닫고-

필라테스를 꾸준히 한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 간다. 지난해 벚꽃이 질 무렵 시작한 운동이니 딱 지금의 계절에 나는 돌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본 경험도 없었거니와, 퇴근 후에 운동 말고도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 나였기 때문에 내가 필라테스를 등록한 것 자체가 말 그대로 '돌연'에 가까운 기적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필라테스가 내게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운동이었던 것도 우연한 행운이었다.


물론 한 번 센터를 옮기고 나서야 더 확고하게 필라테스에 대한 애정이 샘솟았는데, 그건 선생님의 티칭 스타일 영향이 컸다. 요가도 오래 공부하셨다던 선생님은 이전 센터에서보다 더 천천하고 느린 호흡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아로마 오일 향이 밴 공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자면 하루치 고민들이 날숨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퇴근 후 함께 필라테스를 하는 직장동료와는 회사에서 유독 빡치는 일이 많을 때면 눈빛만 봐도 같은 말을 생각하고 있다. '아 오늘 필테가는 날이라 다행이네요.' 


그렇게 필라테스를 하러 가면 작은 매트 위에 앉아서 허리를 곧게 편 후, 들숨에 갈비뼈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기다렸다 날숨을 후 하고 뱉어내면서 다시 갈비뼈를 수축시킨다. 몸의 뼈들이 심장에 가깝게 위치하도록 숨으로 조절하면서, 하루 종일 과하게 긴장되었던 근육들을 풀어준다. 


크게 들이마신 숨은 내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 나온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주어지는 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퇴근 후 필라테스를 하는 시간은 언제부턴가 내게 가뿐 숨을 내려놓는 휴식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말하자면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들, 내 앞에 쌓인 일들로부터 잠시 눈을 돌리는 시간들. 그러니까, 잠시라도 도망칠 수 있는 휴식의 시간.


내가 벌려 둔 일들로 아무리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더라도 필라테스 가는 것을 거르지 않는 이유다. 그렇게 잠시 눈을 돌려 두면 다시 돌아와 다음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주니까. 이렇게 도망칠 구석을 하나 얻어 놓고 나니까 운동에 대한 막연했던 두려움도 많이 깨졌다. 까짓 거. 해보고 싶은 운동 있으면 또 새로 배워보지 뭐, 하고. 도망칠 구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안정적이라는 것도 알기에, 앞으로도 나는 관심이 가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배워 볼 예정이다. 그게 또 내게 어떤 시간들이 될지는 시작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채워가는 시간들이 나에게 일상이고, 삶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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