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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May 15. 2019

힘 빼기는 힘들지만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쓰는 연습

두 번째 시간엔 조금 더 강도 높은 자세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있는 필라테스의 종류는 '기구 필라테스'이다 보니 운동에 다양한 기구들을 활용한다. 얼핏 보면 무시무시한 고문 기구 같아 보이기도 하는(...) 리포머. 그리고 짐볼, 보수 같은 기구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운동 자세를 잡아가야 하는 것이다. 


단단한 스프링의 힘을 내 근력으로 버텨야 하기도 하고, 말랑말랑하고 둥근 짐볼에서 발을 딛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분명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 줄 땐 쉽고 가벼워 보였는데. 슬프게도 내 생각보다 내 근력은 더 작고 소중했다. 버티려면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었지만 그러다 보면 자세가 자꾸 무너지고 아프기만 했다. 특히 어깨가 너무 아팠는데, 선생님이 내 어깨에 힘이 잘못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어깨의 힘을 빼야 한다고 하는데 내 어깨는 돌처럼 딱딱하게 버티고 있었다. 평소에도 어깨의 긴장도가 높아 어깨가 자주 결리고 담도 자주 찾아오곤 했는데 운동할 때도 어깨는 잔뜩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어깨의 긴장이 풀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첫 시간엔 이미 알고 있는 숨 쉬는 법을 새롭게 배우느라 진을 쏟았는데, 이번엔 진짜로 모르는 거다.


필라테스를 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본래 힘이 들어가야 하는 곳에 힘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테면 코어의 힘으로 스프링의 무게를 버텨야 하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아 어깨 근육만 긴장되고, 제대로 운동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불필요한 곳에 힘이 들어가면 한순간에 자세가 무너지고 생겨야 할 근육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내내 끙끙대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선생님의 응원이 이어졌다. 아마 지금은 어려울 텐데, 제대로 된 곳에 힘이 들어가는 그 느낌을 알기만 하면 자세가 금방 쉬워질 거라고 하셨다. 느낌을 알면 금방 쉬워질 거라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보내기 위해 한정되어 있는 내 에너지는 종종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 아침에 출근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퇴근을 하고, 취미 활동을 하고, 다시 잠을 자고, 친구를 만나고, 쉬고, 사랑을 하는 일들엔 모두 에너지가 들어간다. 만약 어느 날의 에너지를 출퇴근에 3프로, 집중하는데 30프로, 퇴근하고 내 할 일을 하는 데 67프로! 이렇게 매일 아침 설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효율적이지만, 그건 아무리 계획한다 한들 잘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하루를 보낼 때 에너지의 균형을 이리저리 잡으려 애써보는 편이지만 때로 그게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때가 더 많다. 예상치 못한 생활 함정은 여기저기 숨어 있고 방심하면 내 에너지는 여기저기 쏟아진다. 필라테스에서 처럼 들여야 할 에너지를 제 곳에 들이지 못하고 불필요한 긴장 상태가 지속될 때는 나의 에너지 균형도 무너져 버린다. 하려 마음먹은 일들을 자꾸 미루게 되고 별것 아닌 것에 화가 나고 예민해진다. 몸까지 아프고 피로해진다. 친절에 인색해지고 인내심도 줄어든다. 그리고 그게 다음날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반복되는 악순환. 잘못된 곳에 쓰인 에너지는 부작용이 되어 내 생활을 좀먹는다. 


이제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딱 맞는 곳에 정확하게 들어 맞춰질 때, 그 느낌을 잘 기억해 두어야겠다. 필라테스에서 자세를 잡을 때 쓰여야 할 근육이 쓰여야 제대로 운동이 되는 것처럼. 내 생활에 쓰이는 에너지도 본래의 위치에서 잘 쓰이도록 균형을 맞춰가고 싶다. 


불필요한 에너지 말고, 필요한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쓰고 싶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제대로 된 곳에 힘을 쓰도록 해야지. 어깨에 들어간 긴장을 빼야만 튼튼한 코어의 힘이 길러지는 것처럼. 느낌을 알면 쉬워질 것이다. 운동으로 다지고 있는 몸의 교훈이 정신에도 잘 깃들면 좋겠다. 


코어 근육, 생활 균형 근육 다 뽀개고 짱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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