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희 Apr 26. 2019

아는 걸 배우는 게 더 어렵다

온 집중을 다해서 숨 쉬는 것부터 배우기

필라테스가 처음인 사람에게 그룹 수업은 무리가 될 수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선생님이 자세를 다 봐줄 수 없는데, 근력이 약하고 자세를 모르니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치만 실은 난 본격적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하기 전엔 그게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다. 다들 하는 건데 뭐!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자세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었다.


아무튼 나는 아예 필라테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니, 기본 용어와 동작들은 따로 배우는 게 낫다고 해서 첫 수업은 나와 선생님 둘이서 진행되었다. 일단 편하게 서서 나의 자세가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지 않은지를 먼저 체크받았다. 약간 균형이 틀어진 몸, 뭉쳐있는 어깨 근육, 무게 중심이 아슬아슬한 발바닥. 막연하게 예상하던 몸의 문제들을 진단받았다.


그다음엔 호흡법을 배웠다. 선생님은 필라테스에선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다. 호흡을 할 때 갈비뼈가 열리는 흉곽 호흡을 해야 한다고. 갈비뼈요? 나는 숨을 쉴 때 내 갈비뼈가 어떻게 되는지 한 번도 의식해본 적 없는 것 같아 당황했다. 선생님은 두 손을 갈비뼈 위에 조심스럽게 포갠 후 숨을 한 번 마셔 보라고 하셨다.


손바닥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갈비뼈를 열어 보라고 하셨다. 손바닥 아래의 갈비뼈가 점점 열리며 부푸는 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내 몸이 아코디언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상상하라고 하셨다. 다만 몸통만 넓어져야 하고 어깨는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 갈비뼈를 천천히 열되 어깨는 올라가지 않게 신경 쓰며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연습을 선생님과 마주 서서 반복했다.


입으로 후 내쉬는 숨에는 다시 갈비뼈들을 모아야 한다. 서로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느껴지듯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신경 쓰라고 했다. 비유적으로 설명해주는 선생님의 말들은 다 찰떡같이 머리론 이해가 되었지만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역시 머리로 이해가 되는 것과 이해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어깨는 자꾸 위로 솟았고 숨이 엉켰다. 흉곽 호흡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호흡법이 익숙해지려면 1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하셨다.


매일 의식하지 않고 수만 번 들이마셨을 숨을 이렇게 집중해서 쉬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지금껏 숨을 쉬면서 내 몸의 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 위해서는 숨 쉬는 것부터 온 집중을 다해서 신경 써야 했다.


나는 그렇게 새롭게 호흡하며 기본 몇 자세들을 배웠다. 신경 쓰면서 호흡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예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쉬운 설명들을 백번 외우고 있더라도 그걸 내 감각으로 익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도.


이전 01화 프롤로그. 퇴근 후 인간의 선택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