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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일호 Feb 20. 2019

금융업계에서 UX 리서치가 쉽지 않다면

귀찮지만 당연한 UX 리서치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사용자 리서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그러나 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리서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지 알고,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리서치를 통해 얻은 결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할 것인지는 더욱 어렵다.


처음 회사에 와서 내가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왜 UX 리서치를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일까였다. 우리 팀의 디자이너들은 다 다른 방식으로 리서치를 하고 있었다. 어떤 디자이너는 스카이프로 몇 시간이고 통화를 했고, 어떤 디자이너는 일단 자신의 마음에 드는 퀄리티로 시각적인 디자인을 하고, 그 후에 사용자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사실 이는 내가 배웠던 UX 리서치 방식과 좀 달랐다. 영국의 금융업계 UX 팀이라면 더 체계적으로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디자인을 개선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아직까진 이러한 프로세스가 자리잡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스스로 실행해보기로 결심했다.


UX리서치를 실행하기까지

내가 진행하는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유형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세일즈팀이다. 그들은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러한 정보를 종합하여 가장 적합한 클라이언트를 제안해 주는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듣기에도 복잡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라니, 처음 킥오프 미팅에 갔을 때엔 정말 걱정만 가득했다. 심지어 이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오너인 헤드 오브 크레딧 세일즈는 본인의 업무가 너무 바빠서 이 서비스를 구상하는 단계에 거의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도 비즈니스 애널리스트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유저 플로우를 그려가며 힘겹게 사용자 업무를 파악했고, 각 단계에서 알아야 할 전문 용어들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다.


6개월이 지난 후, 이 서비스의 MVP가 디자인한 대로 개발되었다. 두둥.


실망스럽게도 사용자들의 피드백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실 매우 좋지 않았다. 기획을 한 비즈니스 오너와 프로젝트 매니저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고, 갑작스레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급하게 우리 팀에 SOS를 쳤다. 그래서 나는 어떤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진단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셋업과 그로 인한 소통 방향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팀장님께 보고했다. 이로 인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오너가 서비스 구상 단계에서 UX 디자이너, 비즈니스 애널리스트와 별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질적 사용성 테스트’를 준비하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파리 본사에 가서 헤비 유저와 비즈니스 오너를 직접 만나고, 실제로 그들이 일하는 환경을 관찰하고 옆에서 바로 질문을 하는 ‘Contextual Inquiry’를 실행했다.

각양각색의 유저들이 모여있는 파리 라데팡스 SG로 출장


사실 이러한 사용자 리서치 과정은 대학교 때 이론과 과제로 꼼꼼히 배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서 실행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만 가지고는 힘들다. 내가 여기서 겪고 있는 B2B 금융업계는 다른 IT 업계처럼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아직도 수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만큼 수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프레젠테이션을 ‘잘’하자

UX 디자이너에게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시각적인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이끌어낸 논리가 잘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디자인 솔루션을 제안하는지, 그 근거는 어떤 사용자 리서치에서 발견한 것인지, 어떤 방법을 써서 사용자 피드백을 들었는지, 이를 어떤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분석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이 꼭 시각적으로 예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의 논리와 디자인이 효율적으로 드러나면 된다. 우리 회사에선 대기업들이 그렇듯 공유된 템플릿을 쓰기 때문에 이를 꾸미기 위해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대신 비즈니스 오너가 내가 제안한 방법의 사용자 리서치를 하고, 이를 통해 제안하는 디자인 솔루션에 예산을 투자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 리서치 툴을 ‘활용’하자

요즘은 정말 다양한 사용자 리서치 툴이 있다. 사용자 설문조사, 아이 트랙킹, 사용성 테스트, A/B 테스팅 등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툴들이 많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효율적으로 사용자 리서치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툴들에 그렇듯, 목적과 방향성을 먼저 확립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툴에 나와있는 방법론의 순서대로, 방향성을 잃은 리서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거시적으로 리서치 전략을 짜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실행했다가는 사용자의 피드백이 실제 디자인에 적용되기 힘들다.



개발자, 기획자들과 ‘같이’ 진행하자

프로젝트 팀 안에서는 나와 같은 UX/UI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비즈니스 오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 서비스를 위해 함께 일한다. 실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어려운 일이 협업이다. 그들에게 사용자 리서치가 왜 지금 시점에 필요한지, 어떤 리서치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설명하고 함께 진행하면 좋다.


내가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CI를 통해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들을 찾았고, 이를 사용성 휴리스틱으로 분류했다. 주요 피드백 중 하나는 “수많은 필터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스크롤과 클릭 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디자인 솔루션들을 제안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를 결정자인 비즈니스 오너에게 제안하기 전, 개발자들과 먼저 협업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진행한 리서치 과정과 솔루션들을 공유하고, 함께 각 솔루션에 해당하는 기술적 난이도를 계산했다. 그 후, 비즈니스 오너는 기술적 난이도와 비용을 고려하여 나의 솔루션을 실행해 옮길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였다.


어렵지 않은 프로세스의 변화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적고 보니 공부하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인데, 실제 비즈니스에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수반한다. 그래서 한 번 더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을 실행하려는 의지를 스스로 꺾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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