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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un 15. 2022

몸을돌아보는시간2-2


심하게 통증이 시작되었을 때, 과거 죽을 것같은 통증에서 나를 구원해준 정형외과의원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가 멀기도 하거니와 대기시간이 길어 포기하고 수영장에 가서 걷기 시작했다.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

뜸하게 붙이던 파스를 하루 걸러 붙이게 되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큰 맘 먹고 오늘 바로 그 병원에 갔다.

4년 만에 갔더니, 예전 좁고, 지저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확장되었고 깨끗해져있다.


혹 변하지 않았을까?

치료비가 껑충 뛴 건 아닐까?

직원들이 바뀐 건 아닐까?


다행이었다.

접수대의 직원이 그대로였고,  상냥하다가 아닌, 자연스럽고 허물없게 느껴지는 친근감이 그대로였다.

진료 시작 20분전 도착이라 대기 시간  역시 짧았다.


오랜만이고,

마스크를 써서이기도 하고,

의사가 워낙 그저 담담하기도 해서, 특히 아는 처도 별다른 인사는 없이

챠트만 보고 말한다.


전에 오셨고요,

수술하셨고요,

어디가 아파서 오셨지요?

내가 손으로 어깨와 허리를 가리켰다.


예전과 같은 치료를 받으실까요?

네.

두곳이요,

네.

사진은 안찍고요.

네.

약은요?

아니요.


진료가 끝났다.


들고 간 <몸을 돌아보는 시간>을 드렸다.

병원 이름과 선생님 성함은 없지만, 이 책에 병원과 선생님 이야기가 나와요.


누구 책인데요?

제 책이요.(사실 저자만의 책이란 없다. 가깝게는 출판사와 고곳의 편집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독자. 너 넓게는 저자가 살아온 세상의 모든 환경. 그 안의 사람들과 사건 사고, 시대정신과 저항정신 등등)


의사 눈이 동그래진다.

그럴 줄 짐작했다.

예전에 진료받을 때,

늘 책이 책상에 펼쳐진 채 있었고, 수시로 틈틈이 책을 읽는 듯했다.


와~

감사합니다.


진료비를 계산하는데, 예전보다 약간 올랐으나 두곳 체외충격파 치료 포함 97900 원.

내 실비보험으로 다 커버된다. 그때 진료실에서 나온 직원이 책을 들고 나왔다.


"원장님이 감동이라고 전해달라셔요.

우리 원장님 책 진짜 좋아하는데~"


잘 드렸다싶었다.


물리치료실로 갔다.

깨끗하고 넓어진 치료실, 침대가 바뀌었는 데, 예전처럼 맛사지해주는 침대다.

찜질팩도 일반 병원과 달리 예전처럼 뜨끈하며 습기를 머금은 찜질팩 그대로다.


근육 긴장이 얼마나 심각한지 치료받으면서 느끼는 통증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왼쪽이 더 심할까요?

혹 앉아 일하실 때,

외쪽으로 기울이거나 하세요?


아니요.


제가 골밧이 틀어져 있고, 그래서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더, 그래서일까요?


다리 편히 놓아보세요.

아. 정말 그러네요.

그래서 왼쪽 근육이 확실히 수축되어있어 그렇겠군요.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세요.


당분간 1주 3회 치료할 계획이다.

거의 정기적으로  도수치료를 받으며 근육 긴장을 풀어오며 상태를 유지했는데,

어깨 수술 받은 곳을 지나치게 눌러 겁이 나서 치료를 그만 두기도 했거니와,

실비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비용으로 진료비가 오르기도 해서 그만 두었다.

결국 근육의 긴장이 한계치에 다른 것!


****


얼마 전 내가 내게 처음 한 질문이 있었다.

씻은 듯이 낫게 해준다면,

'예스'라고 할 건가?


정확하게 예스도, 노도 아니라고 했다.

통증으로 힘든 날을 살았고, 여전히 통증을  달고 살면서 얻는 유익이 있기에.

통증이 전혀 없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현재 누리는 유익을 간직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마 평생 통증과 함께 살아갈 것인데,

그 질문을 한 뒤로,

또다시 찾아올지 모를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 흐려졌다.


깨끗하게 확장되었지만,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병원,

가는 길목의 변하지 않은 남성시장이 있어서 좋다.


햇 옥수수와,

큰 것 두마리에 2만 원  하는 갈치를 사왔다.

작은 배려로 현금으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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