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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un 21. 2022

몸을 돌아보는 시간 2-5

흔적

왼쪽다리 서혜부에서 시작 라인을 타고 약간의 방사통을 느끼며 자다깨다하다가 일어났다.

아침마다 먹는 빨간약(사실은 건강보조제로 이 가루를 물에 타 먹으면 좋지 못한 근육 곳곳을 얼얼하고 화끈거리게 하며 몸을 풀어주고 막힌 곳이 풀어지며 통증도 줄여준다)을 먹고 내 서재 침대에 다시 눕는다. 사지를 펴고.


누워있지만,

벌떡 일어나 책상에 앉고 싶다. 읽고 생각하며 기록하고 싶다.

쓰고 싶다.

그러나 억누른다.


어제 상봉몰 에서 무겁다는 이유로 가져오지 못하고 택배로 붙여달라 부탁하고 가져오지 못한 책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저자 황교수님이 나누시려고  들고 오신 <사마천이 찾아낸 사람들>,

<한비자의 독설>.


집사님이 기꺼이 나누려고 사서까지  갖고 오신  김애란의 소설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그리고 이정일 목사님의 신간, 그 제목만으로 틀림없이 내가 좋아할 것이라 확신했기에 저자와의 만남에 첫째로 참여신청을 하게 한  <#나는문학의숲에서하나님을만난다>

'그래도 가져올 걸'  그러나 책장을 펼칠 때 찾아오는 설렘을 유예시킬 수밖에 없다.


아쉽지만,

대신

그곳에 참석한 여러분들의 흔적, 찬란한 빛이 되어있거나, 되어갈 슬픔이라는 흔적. 아픔과 절망이라는 흔적을 기억하며 묵상한다.


"삶이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슬펐지요.

슬펐습니다."


왜일까?

나는 순간 슬픔을 아름다움에 연결했다.

'가슴시리게 아름다운 '을 연상한다.


참석한 분들의 이런저런 삶의 흔적들이  

따라나왔다.


문학, 의학, 경제학,

선생, 목사, 엄마, 서점지기, 출판사 대표 혹은 직원이 가졌던 삶의 흔적들.  

 

문학으로 인해 찬란해진  슬픔.

문학에서 만나는 ,

거꾸로 삶을 이기지 못해 버려졌던 문학,

성경 안의 문학을 만나가며 비로소 회복되어져가는 아픔.

간암투병으로 인해 아픈 사연을 직면하기 어려워하는 아픈이들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

빛으로 변하고 빛이 되어주는 그 흔적들을 되새기다가,


내가 가진 흔적 중 하나인 내 몸의 부자유함, 통증을 또한번 새롭게 본다.


내게 있는 흔적.

바울의 흔적처럼 위대한 것도 거룩할 것도 없는 그저 어느 정도 부자유하고 어느 정도 지속되는 통증이라는 흔적.


그 흔적으로,

나는 보통의 건강이 기적임을 항상 인식한다.

아픈 이들의 아픔에 마음이 가는  어느 정도의 아름다움을 내 안에 간직할 수 있다.


아주 조금 가슴시릴 수 있는,

매우 작고 조금 아픈 흔적,

나의 슬픔도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이 문학을 이긴다.

삶을 이기게 하는 말씀이 선포되면 좋겠다는 장병주 대표님이 하신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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