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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un 18. 2022

몸을 돌아본 시간 2-4

 발을 잡아주지 못하는 신

내 경우 통증은 근육의 긴장으로 인한 것이다.

비록 몸의 활동각이 넓지는 않지만, 읽지도 쓰지도 않는다면,

통증은 확실히 줄 것이고, 어쩌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강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지, 건강 자체가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 건강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면 그것은 건강교일 테니까.


이미 사회적 직무에서 물러난 건 오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통증을 감수하고라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데 그게 하필 내게 제일 좋지 않은 책상에 앉는 일, 그 위에서 읽고 쓰는 일이니 어쩌랴.


쉬는 시간, 일하는 시간,

앉는 시간, 서는 시간, 걷는 시간과 눕는 시간을 골고루 섞어가며 살아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는 참기 어려운 정도가 될 때까지 책상에서 버티기를 했다.


일주일 전부터 치료를 시작하며 걷기 조차 줄였고 책상에 앉지 않으며 서서히 생활 패턴을 바꾸기 시작했고 치료효과도 있는 듯 했다.


아침부터 몸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어제 무모한 짓을 했다.


편할 듯 해서 사놓았지만, 막상 허리와 무릎에 부담을 주는 것같아 신지 못한 플랫슈즈를 하필이면 어제 신고 나갔다 온 것이 문제였다.

바닥이 앏은 데다가 발을 탄탄하게 잡아주지 못하는 신이었다.


남들은 인식하지 못할 만큼 수수한 차림으로 다니지만,

나름 나만의 패션 감각을 가진 자로, 투박한 운동화를 좋아한 적이 전혀 없다. 굽 3센티미터 이하의 펌프스화  혹은 플랫슈즈와 모카신을 즐겨신었고 운동화라면 바닥이라고는 거의 없는 창이 얇은 운동화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다 옛날이야기 몸의 통증이 심해지면서부터는 오로지 쿠션감이 좋고 발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겨주는 투박한 운동화만이 유일한 내 신발이 되었다.

그때부터 스커트를 즐겨입던 습관까지 바뀔 수밖에 없어 오로지 바지만 입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어쩌다 이런 일을 했는지.


오늘 의사에게 물었다.

혹 헬스나 에어로빅을 하면 어떨지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더 좋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목욕탕에 가셔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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