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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Mar 21. 2023

일상 2023.3.20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게 이상하다. 겨우 3일 지났을 뿐이고, 이틀 전만 해도 남편의 마음을 억지로라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마음먹었는데, 오늘은 도무지 아무렇지도 않다. 이래도 되는 걸까? 나 혼자만 그런 걸까? 물론 증상이 없고, 경증이라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이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낙천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상한 일인 것 같다.

나는 얼마 전 시작한 엄마 홈트를 다시 시작했고, 우리는 식사를 잘한다. 스타필드에 가서 장을 보다가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이번에 여행 갔다 와서 괜찮으면, 다음에는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하는 여행을 가자. 그때는 나는 이코노미로 하고 당신만 비즈니스로 가.”

“나도 그동안 엄마 홈트 열심히 해서 이코노미로 가자.”

“아니 그렇게 하지 마. 그거 한다고 허리가 좋아지겠어.”     

여행을 이야기하는 남편을 나 혼자 읽어본다. 이 사람이 자신의 병을 인식하고 남은 날들을 좋게 지내려고 준비한다고. 병을 인식하는 게 나쁘지 않고, 좋게 준비하는 것은 좋다고.

참 이상한 일이다. 병을 놓고, 병을 걱정하는 일상이 아니라 병이 있는 데, 그 병을 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현상을 걱정하다니.


저녁 시간 남편이 핸드폰으로 손태진의 팬텀싱어 유투브를 시청한다. 내가 T.V  모니터의 유투브를 켜고 함께 시청했다. 한 시간이 훨씬 넘도록 도 심취했다.

다음생엔 음악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간의 아름다움  그 가능성을 생각하며, 지구의 역사에 다만 섬광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이며, 결코 만물의 영장이 아님을 기록한 그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그러다가 그 가능성  이면의 다른 면들운 마주한다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생명을 인간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알 수 없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게 이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남편과 함께 하는 일들이 늘어간다. 요즘이  오늘이 가장 즐거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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