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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ul 27. 2023

<체리토마토파이>와 <음식을 말>을 읽으며

음식 이야기

7월 26일


두 권의 팩을 함께 읽고 있다. 원래 몇 가지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게 내 습관이다. 그런데 레미제라블 읽기 쓰기를 하면서, 빅토르 위고 전기소설과 프랑스사를 읽고 있었으니, 이건 서로 다른 책이 아닌 거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빅토르 위고의 전기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체리토마토파이와 음식의 말을 동시에 읽게 되었다. <음식의 말>은 읽을수록 내가 좋아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꼭 쓰기 위해서, 아니면내용을 채우기 위해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가끔 나를 자극하는 내용이 있어선가? 아니면 다 읽어도 내가 그 세계에는 들어서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역시 모르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포기할 수 없어선가? 그리고 길지 않은 글인데 나의 완독 체질 때문인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 내가 모르는 것을 많이 보충해주긴 한다. 두 책에 음식 이야기가 겹치는데, 나는 쟌의 음식 취향에 가깝고, 김도은의 음식 취향과는 나와는 다르다.


“그냥 유행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 딸이 만날 자몽에 아보카도와 올리브 오닐을 곁들여 먹는 것도 유행일 뿐이다. 나는 그런 거 정말 싫다. 그냥 자몽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무인도에 가져갈 하나의 식재료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감자라고 대답하는데, 감자 요리 중 특히 감자튀김을 좋아한다. 감자튀김은 미국. 카나다에서는 프렌치프라이, 영국.호주. 뉴질랜드에서는 칩스, 프랑스. 벨기에에서는 폼 프리츠 또는 프리츠라고 부른다. … 감자튀김은 다양한 종류만큼 곁들이는 소스도 다채롭다. …”



나는 삶은 감자가 제일 좋다. 그 외에 감자전, 감자볶음 정도. 이런저런 소스를 더하지 않는 게 좋다.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편이다. 김도은은 진화의학자 권용철의 말을 빌려 우리가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지니는데 고유의 유전자마다 선호하는 음식. 냄새. 적합한 양 등이 설계되어있다고 한다. 단순히 개인의 기호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음식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이 아닐 수 있다고 한다 (57) 트렌드에 편승하거나 편협한 정보를 통해 얻은 잣대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고정관념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일지 모른다고 김도은은 말하지만, 어쩌면 그가 말하는 일부 요리와 음식 또한 트렌드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내 좁은 소견으로 말이다.


우리 큰딸은 갖은양념을 더하는 편이고 작은딸은 올리브유, 소금 등 아주 단순한 것만 사용하는 편인데 나와 비슷하다. 큰딸의 음식에 대해 나는 약간 걱정한다. 열량을 늘리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비만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과거 큰딸의 체중이 고3, 1년 동안 무려 16킬로가 증가했다. 나는 음식 솜씨가 없긴 했지만, 인스탄트 음식은 잘 하지 않았고, 비교적 기초식품 5군을 고려하며 식단을 짜긴 했다. 그동안 살이 쪄보지 않던 어이가 운동도 없이 종일 책상에 앉아 살던 시기에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저녁으로 먹는 음식, 떡볶이, 순대 피자로 저녁을 먹는 저녁과 간식이 문제였다. 대학에 다니면 그 살이 다 빠질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면서도 먹는 음식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졸업반에도 체중은 줄지 않았고 마침내, 나와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약을 지어줬고 꼼꼼히 식단을 점검했다. 아이는 약을 꼬박 챙겼고 날마다 식단을 기록하고, 심지어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불과 몇 달 만에 불었던 체중이 다 감소했고 한동안 같은 체중을 유지했다. 이후 약간 체중이 늘긴 했으나 심각하게 체중이 불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떡볶이 순대 피자를 좋아하지만, 식단에 신경 쓴다. 나는 음식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며, 건강한 음식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도은 역시,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이런 내용이 있어서 다시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 싶다.


“음식을 먹거나 요리를 하는 식생활에서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보인다. 만족감이나 서글픔, 우울과 기쁨 등도 식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며, 식생활로 인해 영혼이 충만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식사 방법이나 내용을 바꾸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 나아가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식사의 양을 줄이거나 늘리고 간식을 먹거나 끊고, 먹는 시간을 바꾸거나 고정하고, 천천히 먹는 등 식사 방법을 변화하거나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 담는 법 등 식사 내용을 변화하면 몸이 달라지고 차차 마음도 변화한다.” (157)

“나는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 몸과 기관은 생각보다 민감하기에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만약 내 영혼이 배고프고 힘들다면 내 식생활부터 점검해보자.”(157)


이런 멋진 말도 있다.

"매일 사라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음식이다. 우리는 이 한정적인 예술을 일상적으로 감상하고 만들고 소비한다. 음식과 다른 예술과의 차이점은 먹을 수 있어서 내 오감으로 느끼며 직접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멋지지 않나. 우리는 매일 식탁 앞에서 찰나의 예술을 접한다. 일시적이며 한정적인 찰나의 순간을 제대로 즐겨 보자. 그리고 찰나의 예술이 사라지기 전에 이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것을 어색하거나 불편해 하지 말자."


나는 나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며 음식을 고른다. 내가 먹는 음식을 바꾼다면 덩달아 지구와 그 안의 생물들의 건강도 달라질 것이다. 그가 올리는 그의 먹거리가 염려스러운 한 친구가 건강의 적신호를 느끼면서 음식을 바꿨나 보다. 그의 삶이 달라지겠으나, 내가 그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어느 정도, 어떤 면에서 바뀔 테니까.



오후에 농부님, 비닐런칭도 없이, 아무런 약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농부님으로부터 그야말로 자연의 옥수수가 왔다. 큰딸이 내 생일에 올라와 거덜을 내겠단다. 그 아이는 냉장고가 작고 김치냉장고도 없어 좋아하는 옥수수를 삶아 저장할 곳이 없다. 남편과 함께 껍질을 벗겨 삶아 냉동고에 두었다. 내 생일에 세종에서 올라온 딸과 사위(큰 사위는 못 올라올지도 모르겠다), 두 손주와 작을 딸네들을 생각하며, 낮에 그 빛이 영롱한 시레기 등, 벌써 어떻게 건강한 음식을 차릴까 생각 중이다. 작은 손자의 식성이 약간 걱정스러워, 설탕 없는, 고기찜과 함께, 시레기 나물과 두부 등을 생각한다. 생일이 아직도 먼 한두 달 전부터 나는 내 생일을 그렇게 기다린다. 아이들이 오면 잔치 기분이 난다.                                                                               



가슴에 불이 난다. 이태원 참사 촛불집회는 북한 간첩이~, 서이초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좌파들로 시작된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호우 피해는 전 정권이 나눈 행정 관리 구역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지금 정권은 왜 존재하는가?

가슴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한 음식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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