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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Oct 19. 2023

10월 19일

온몸이 무겁고 아프다. 수영장에 가지 않기로 했다. 보통 하루의 시작이 아침 4시다. 6시 30분까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6시 40분에 나가 전철을 타고 50분 만에 수영장 도착, 그곳에서 걷고 두 언니와 차를 마시고 집에 오는 게 하루 중 정해진 일과다. 보통 10시 30분이면 집으로 출발, 11시 30분 도착한다.

어제는 남편과 홍대입구역 애슐리퀸즈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되어있었다. 분명 과식할 것을 예상하고, 과식으로 초과 흡수할 열량을 생각하며, 월드컵경기장의 수영장에서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망원시장을 들러 값싼 음식 거리도 즐겁게 구경할 겸!

용과가 하나에 1000원, 단감이 10개 5000원, 청경채가 한 무더기에 1000원ㆍㆍㆍ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나 모두 그림의 떡! 혹 걷는 대신 카페에 앉아 책을 읽게 될지도 몰라 가방에 넣은 책이 둘이다. <레미제라블> 5권과 전철 안에서 읽기 좋은 작은 책, <쇠얀 키에르케고어> 욕심이 과했다. 거기에 S 언니가 무겁지 않다며 쿡 찔러 넣어준 사랑을 담은 고춧가루에 내 물병까지. 그것들이 내 어깨를, 그리고 허리를 누르는 힘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닫고 그 사랑스러운 열매와 이파리들을 지나쳤다. 책 대신 선택한 시장 귀경은 그야말로 귀경으로 끝났다.

과식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렇게 진하게 튀기면 분명 몸에 좋지 않을 테지만 바짝 튀긴 양파를 너무 많이 먹었다. 휘낭시에와 인머스켓, 그리고 평소 먹지 않는 탄수화물들. 집에 들어와 두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고대로 누워있다가 8시 30분이 되어서야 일어나 쓰던 글을 마무리하고 10시 30분에 누웠으나 입면에 실패. 12시가 넘어 졸피뎀을 먹고서야 잠들었다. 앞으로 절대 과식은 하지 말자. 책이건 음식이건 그게 무엇이건 욕심이 과한 게 문제를 불러온다.

욕심 금물!

그래도 역시 4시에 잠이 깨었으나 8시까지 누워있어 보기로 했다. 하는 일 없이, 너무 편하게 산다지만, 이토록 늦게까지 누워, 놀기로 작정한 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막연한 삶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감? 혹은 책임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것도 혹 어떤 욕심에서 오는 건 아닐까?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같은 것?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오늘이 지난 일요일 생일파티를 한 손자 해의 진짜 생일이다. 학교 가기 전 축하통화 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모와 이모부도 이미 통화했단다. 할아버지만 뒤진 시대 사람답게, 아이들이 없는 가족 단톡방에 축하 메시지라니~ 이래서 또 웃는 거지 뭐!

일단 일어나고 보니 다시 눕지 못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16일 일기로 기록한 영화 <소년 아메드>를 찾아 2750원 결제를 하고 시청하려다, 남편과 함께 있으니 집중이 되지 않아 혼자 있을 때 보기로 keep!

노는 김에 할 일 하자고, 남편과 함께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정기적으로 받아오는 약들을 받아오고, 마트에 가려니 차가 요지부동이다. 키 밧테리를 교체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이번에 큰 고장이면 차를 없애자는 심사고, 남편은 절대 차를 없앨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긴급서비스를 받아 견인차로 서비스센터를 찾아 완전히 방전된 밧테리를 교체했다. 187000원. 요즘 빈궁한 남편에게 100000원을 쏴주고, 마트에 가, 장을 봐오니 벌써 컴컴하다.

쉬려고 했지만 결국 꽉~찬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책은 한 줄도 읽지 못했다.

여전히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침을 맞으려 했으나,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후에는 침을 맞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소위 어르신인 나는 1900원이면 찜질과 전기치료에 침까지 맞을 수 있다. 2400원이면 근육이완제에 봉침까지 가능하다. 치료효과도 상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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