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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Nov 03. 2023

11월 3일

“인간적이고, 더욱이 화창한 봄 느낌을 주는 이 결혼 이야기를 복음서가 예수의 초기 시대에 짜 넣어 언급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예수가 겨울철 황량한 유다 광야에서 수행하던 때와 대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유다 광야에 결여된 것, 온화함, 사랑, 그리고 광야에 있는 두 종류의 공동체가 지닌 어두운 하느님의 이미지를 극복한 예수를 여기서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올리는 사랑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예수, 모두와 환하게 웃으며 계속 술을 마시는 그 모습과 모피를 두른 채 가죽띠를 매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벌이나 분노만을 설파하는 요한 세례자의 모습을 비교해보십시오. 거기에는 광야에 있는 요한 공동체와 다른 예수의 밝은 모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_엔도 슈사쿠<나의 예수>(로만)




엔도가 만난 예수, <나의 예수>를 읽으며, 엔도가 자신의 모습이 진지하게만 비춰지는 게 싫어 cf에도 출연하는 익살꾼으로 드러내는 이유를 앎직 하다.

조너선 섹스의 책을 읽으며, 하나님이 말씀으로 세계를 만드셨다고 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기적이라기보다 말, 즉 언어로 상상하고 꿈꾸며 만들어가는 것임을, 그러므로 인간인 우리도 언어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며 아름답게 창조하는 일에 동참하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엔도가 성경의 기적과 예수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엔도가 좋다.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현실, 며칠 전 도착한 <복음과 상황>은 웃어도 된다고 알려준다. “어떤 웃음” 어떻게 웃음을 주제로 내용을 꾸렸는지 조금 놀랍고 반갑다. 편히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아프지만 웃을 수 있고, 웃어도 된다.




남편이 또 대상포진에 걸렸다. 어제 발견했다. 이미 두 번째다. 2021년 4월에 처음으로 대상포진에 걸렸고, 1년 후인 올 4월에 예방접종을 했다. 그런데 또 걸리다니. 어제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건강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해마다 두 번씩 대상포진에 걸리고 피로와 통증으로 힘든 삶을 사는 어떤 여성 이야기다. 원인은 면역력 저하.

남편의 면역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싶어 속으로 걱정하지만, 남편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도 걱정하면서 말하고 있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3개월 전 일기를 찾아봤다.


8월 11일

서울대 암병원 혈액종양내과.

병원 가기 하루 이틀 전부터 가슴이 콩당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남편의 눈 아래 핏기가 가셔있어서 더욱 긴장되기도 한다. 의사는 신중하면서도 친절하다. 신뢰가 간다.


“아 좋아졌네요. 혈소판이 126000까지 올랐네요. 호중구 수는 960으로 좀 낮긴 하지만요. 적어도 1000은 넘어야 하는데”

“혹 비타민 결핍일까 싶어 그동안 처방해왔던 비타민제는 끊을게요. 생활에 불편 없으니, 식사를 잘하고 3개월 뒤에 보겠습니다. 다음에도 결과가 괜찮다면 그다음엔 진료 6개월마다 뵙기로 하겠습니다.”


22년 11월 7일에는, 백혈구 4000, 혈소판 110000이었으니, 확실히 혈소판 수치는 좋아졌다. 호중구 이야기는 처음 나왔다. 혈소판과 호중구에 신경 쓰느라, 지만 번 4000이었던 백혈구 수가 이번에는 어떤지 묻지 않았다. 다음에는 찬찬히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호중구, 백혈구, 혈소판의 정상 수치를 찾아봤다.


“호중구의 참고범위는 연령에 따라 조금 달라진다. 성인의 경우 참고범위는 1800-7000 /μL이다. 이보다 증가하면 호중구증가증이며 원인으로는 급성염증, 감염, 약물, 조직괴사, 종양 등이 있다. 호중구감소증은 성인에서 1500 /μL 이하로 감소한 경우를 말한다. 호중구의 수치에 따라 호중구감소증의 중증도를 경증(1000-1500 /μL), 중등증(500-1000 /μL), 중증(< 500 /μL)으로 나누어 감염의 위험성을 예측한다.(후략)”(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혈중 백혈구의 경우, 혈액 1㎕ 당 4,000~ 10,000개, 혈소판의 경우, 혈액 1㎕(microliter)당 130,000~400,000개다.


남편의 경우 호중구 수 960. 재생불량성빈혈(재빈) 경증으로 알고 있었는데, 호중구 참고범위에 의하면, 중등증이다. 진행이 더뎌서 평생 진행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고, 지난번 갔던 병원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오진해서 놀랐던 터라, 재빈이라니 조금 마음을 놓았는데 그럴 수 없을 것도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무지 성한 곳이 없군”하고 말하면서도 웃는다.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일단은 남편이 동유럽 여행을 무탈하게 잘 즐기고 오기를 바란다.


고구마가 면역력을 증가시킨단다. 나도 남편도 매일 고구마 반 개씩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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