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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Dec 13. 2023

12월 12일

강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습관인가보다.

어제 지인과 만나 소명이라는 것에 대해 나누다가, 또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두시에 눈을 떴으나,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어 잠을 청하다가, 결국은 네시에 일어났다. 아예 외출할 옷을 껴입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 왼편에 중고 서점에 주문해 사들인 <알베르 까뮈>(유기환

살림)가 나를 반긴다. 일어나기 싫어 이불 속에서 잠을 청한 게 언제더라.


'오늘 전철 안 독서 책은 바로 너다'


에세이를 다듬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2016년 5월 19일, 7월 23일, 2019년 1월 29일, 30일, 5월 31일, 그리고 그 일년 뒤 2020년 5월 31일.


6일 간의 일기를 정리했다.


그리고 잠 좀 더 자자고 7시가 되어 수영장으로 향하던 며칠 간의 습관을 던지고, 6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알베르 까뮈>(유기환

살림)

1960년 1월 4일, 알베르 카뮈의 죽음, 삶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던 그가 그야말로 그가 말하던 부조리한, 그러나 <행복한 죽음>을 쓴 자로 행복한 죽음(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을 맞았다는 글을 읽고, 지금 전철 안에서 이 글을 쓴다. 왕복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아침의 전철 여행이다.





함께 식사하자는 S와 L 두 언니의 제안을 수시로 거절한다. 두 언니는 남편이 없거나, 아직은 직장에 다니지만, 나는 남편이 집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읽고 써야 하는 내 삶의 루틴이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성격이다.


두 언니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 오늘은 모처럼 송년 모임을 하자고 내가 어제 먼저 제안했다. 수영장에서 나와 홍대입구역 애슐리퀸즈. 몇 번 와본 터라 이 두 언니가 뷔페에 상당히 많이 적응한 듯하다. 이전보다 매우자연스럽러워졌다. 끝에 가서는 S 언니가 커피를 가져온다고 했다. 에스프레소를 가져왔다. 더두가 양이 작은 듯해서 두번을 내렸단다. 옆에 사람이 하는대로 따라했단다. 결국 L언니가 써서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고 하니, 기계에는 도저히 마음적으로 자신이 없다며 내게 가져오라고 한다. 그래도 자꾸 해보라고 격려했더니 마침내 성공했다. 다음에는 커피도 자신있게 가져올 것이다. 약간 흐믓하다.




돌아오는 길, 마포중앙도서관까지 걸어갔다. <어떻게 늙을까><페스트> 두권을 빌려 짐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도저히 아무 일도 못한다. 허리에 담이 든 듯 하기도 하다. 내일은 수영장에 가는 대신 침을 맞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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