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일기 1
스물아홉 즈음이었나.
북서울 꿈의 숲에 처음 가 본 한 여름날이었다.
회사에서 친해진 동생과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함께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던 때였다.
공원 안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먹고 시원한 커피도 한잔씩 마신 우리는 너른 잔디밭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몰 한두 시간 전의 빛을 찍을 생각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 앞에 펼쳐진 푸른 풀밭 한가운데로 엄마와 어린아이가 손을 잡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야에 들어온 두 사람을 한참 눈으로 좇다가 카메라를 들었다.
한참 진지하게 사진에 빠져있을 때라 남들 다 찍는 흔한 풍경은 찍지 말자는 나만의 규칙 같은 게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싹 다 잊어버린채, 나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휴일 오후, 한가로이 공원에 나온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결코 무심코 지나칠만한 평범한 풍경이 될 수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결혼을 확신했던 사람과 헤어진 충격이 잔상처럼 남아있던 때였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우리 엄마 아빠는 너무도 수월하게 해낸 것 같은 그 일들이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퀘스트 같이 느껴졌던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일들을 나만 계속 실패하는 것 같았다.
내게도 내 아이의 손을 잡고 한가로이 공원에 나올 날이 오기는 할까.
아니, 결혼은 커녕 다시 사랑을 할 수 있기는 할까.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스물아홉의 나는 그렇게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한때 사랑이며 결혼이며 모든 것에 염증을 느껴 호기롭게 비혼주의를 선언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선언이 무색하게 그 사이 새로운 사랑을 했고 결혼도 했다.
나이 때문에 조금 초조하긴 했으나 어쨌든 결혼을 했으니 찬찬히 아이도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나는 난임 판정을 받았다.
일 년 이상 자연임신이 되지 않기만 해도 난임이라고들 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 임신을 방해하는 원인이 어느 정도 확인된 케이스였다.
나에게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질병의 치료를 위해, 그 다음에는 임신을 하기 위해 병원을 다녔다.
그러는 사이 북서울 꿈의 숲에서 엄마와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순간이 자주 떠올랐다.
그 꼬마는 지금 얼마나 자랐을까.
이제 한 아홉 살이나 열 살쯤 되었으려나.
어쩌면 동생도 생겼을지 모르겠다.
스물아홉의 내가 부러워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서른여섯의 내가 여전히 부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누군가는 흔하디 흔한, 의식도 할 수 없는 평범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꿈처럼 느껴진다.
닿고 싶지만 닿기 어려운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