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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지 Oct 09. 2022

제가 자궁내막증이라고요?

난임 일기 2

D를 만났을 때 나는 서른셋이었다. 

우리는 만난 지 반년 만에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아이에 대한 나의 조급함이 한몫했다. 

아이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확고했다. 

결혼을 안 하게 된다 하더라도 결혼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하나만이라도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는 일이 가능한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으니.


그는 한때 내가 단지 아이를 낳고 싶어서 자신과의 결혼을 서두른다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그와의 결혼을 서두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달리 그는 결혼에 대해서도, 아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를 낳긴 하겠지만 언제 낳고 싶다거나 몇을 낳고 싶다, 까지는 전개되지 않은 상태랄까. 

오랜 방황(?)을 마치고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참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았다. 

결혼 후 첫 일 년 동안은 그를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신혼을 즐기고, 그 후에 나의 바람대로 아이를 가지자는 계획이었다. 

뭐, 그리 대단한 계획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대신 산부인과 검사는 일찍 받아보기로 했다. 

별 문제가 없으면 임신 시기를 조금 더 미룰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함께 명동에 있는 한 산부인과를 찾아갔었다. 

8월, 한여름이었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뜻밖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나의 검사 결과 양쪽 난소 모두에 자궁내막증으로 생긴 조직이 보인다는 것. 

담당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 사이즈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 큰 병원에 빨리 가보라고 말씀하셨다. 

수술이라는 말에 적잖이 충격 먹은 나의 표정을 보고선, 복강경이라고 배에 큰 상처 내지 않고 하는 수술이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다독여주셨지만 소용없었다. 

완전 걱정되었다.


생리통이 꽤 심했을 거라고,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고도 하셨다. 

평소에도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통증이 심하긴 했지만 무슨 문제가 있어서라고는 생각 안 하고 살았다. 

복불복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급하게 집 근처 대학병원을 알아보니 예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가 한 달 뒤였다. 

어차피 그 사이에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 간염 항체 주사 등 임신하기 전에 맞아야 할 주사들이 많았다. 

병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필요한 주사들을 맞고, 생전 안 다녀본 요가원도 다니면서 검진 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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