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

아기가 손을 쓰기 시작했다

by hee

7년 전 첫 조카를 처음 만났을 때, 고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꽉 쥐는 것에 마음이 녹아내렸었다. 그건 그냥 아기들이 자동으로 보이는 ‘쥐기반사’라는 반사적인 행동이었지만, 나는 멋대로 ‘이 아기가 내 존재를 인정했다, 나를 좋아한다’ 하는 착각에 빠지기로 했다. 내 아기 봄이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렴 어떤가, 귀여우면 장땡이다. 자꾸만 손가락을 아기 손에 쥐여보고 만족해 한다. 어른 손가락 하나가 주먹 하나에 다 찰 정도로 작은 손이다.


아기의 손은 둥그렇고 통통하게 생겼다. 우리는 주먹을 쥐면 손등 모양에 각이 생기고 입체적으로 보이는데, 아기 주먹은 평면이다. 너클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납작한 동그라미에 선을 그어서 대충 그린 손 그림같다. 나는 이 손을 매일 매번 입에 쏙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실제로 입에 넣기는 아기에게 미안하니, 아쉬운대로 앙 하는 시늉만 해본다. 모찌모찌할 것 같아.. 하지만 참는다. 난 교양 있는 어른이니까. 하지만 깨물어보고 싶다..

고 작고 귀여운 손으로 요즘 봄이는 뭔가를 하려고 한다. 아기는 항상 작은 몸에서 큰 사건을 벌인다. 부쩍 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도한 것에 정확히 손을 대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수유 중엔 젖병이나 가슴에 손을 대고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우유가 원하는 대로 나오거나 수유 위치가 자신에게 편하게 조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 혹은 의사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직 그게 성공하지는 못 한다.


또 배가 고플 때는 손이 입쪽으로 가는데, 예전에는 입쪽으로 가기만했지 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젠 가끔씩 입에 손이 들어가고, 아기가 그걸 빤다. 그렇다고 정확히 자기 입에 손을 넣는 건 아니다. 팔을 움직이다가 우연히 입에 들어온 손을 빠는 느낌이다. 이제 시간이 더 지나면 주먹을 빤다고 한다. 지금은 자기 몸에 손이란 게 달렸고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봄이가 손을 움직일 때 특유의 동작이 있는데, 이게 또 킬포다. 손을 빨다가, 혹은 얼굴을 만지다가 그 동작을 끝낼 때 갑자기 캡틴큐를 하듯이 절도 있게 확 손을 내리는 것이다. 군대식 인사의 끝맺음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의도대로 손을 올렸다가 자연스럽게 내리는데 아기는 그게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아기의 캡틴큐를 따라하는 재미가 있다.


사람은 포유동물 중 캥거루를 제외하고 가장 미숙하게 태어난다고 한다. 나오자 마자 뛰어다니는 동물이 있는 반면, 사람은 목도 가누지 못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이런 아기가 점점 자란다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손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기의 발달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변화들이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니, 그런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다니, 그런데 지금은 젓가락으로 생선살도 발라먹다니, 우리는 스스로 좀 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지금처럼 자유로이 손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아기를 통해 알 볼 수 있다니 너무 즐거운 경험이다. 손을 쓰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나 기뻐하다니, 이런 마음도 재밌다. 손 하나 쓰는 것조차도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 되다니 아기는 정말 대단하다. 아기가 빨리 주먹을 빨아대는 걸 보고 싶다. 그때 되면 침과의 전쟁이 시작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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