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요
봄이 이마에서는 달달한 냄새가 난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향기라고 하기에는 체취에 가깝게 뭔가 날것의 냄샌데, 달콤한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쿠키 냄새에 가까우려나. 달고 좋다. 설탕 단내는 아니다. 기회만 되면 이 냄새를 맡는다. 너무 좋다. 주로 아기를 세워서 안고 있을 때 맡는다. 이 냄새를 어딘가에 모아서 영원히 보관해두면 좋겠다. 봄이는 몇 가지 냄새를 갖고 있다. 나는 그 모든 냄새를 좋아하는데, 이 단 냄새는 뭔가 특별해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기 냄새의 화학적 성분을 태지와 양수의 성분과 비교한 실험이 있다. 실험 결과, 아기는 태지, 양수의 냄새 외에도 고유의 냄새를 갖고 있다고 한다. 아기가 자신의 냄새로 개성을 나타내고, 보호자의 보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 달콤한 냄새는 봄이 고유의 냄새일까. 달달한 아기 냄새라니 너무 귀엽다.
아기 냄새라고 하면 흔히 베이비파우더 향을 상상한다. 어떤 아기들은 딱 그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봄이한테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서만 나는 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땐 좋은 냄새가 나긴 했는데, 체취라기보다는 그곳 빨래 냄새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머리 냄새를 맡아볼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이제사 너무 아쉽다. 그래도 베이비파우더 향을 연상시키는 냄새가 입에서 난다. 젖냄새다. 나는 혼합수유중이라 분유냄새도 섞였다고 봐야하겠다. 이마에서 나는 달달한 냄새도 약간 베이비파우더 냄새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살냄새도 있는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무슨 냄새가 실제로 나긴 나는 건지도 확신은 못 하겠다. 그냥 무슨 기운이 폴폴 풍기는 것이거나 내 호르몬이 요동치는 것일 수도.. 하지만 분명 살냄새가 있고, 맡고 있으면 너무 좋다. 그냥 살냄새를 맡는 행위 자체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살냄새를 맡아볼 수 있는 사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출산 전에는 남편 살냄새 맡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 마음이 좋아지는 냄새였다. 목덜미에 코를 박고 있으면 뭔가 내 영역을 확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내 아기에게도 코를 박고 내 사람임을 확인하는 건가. 아기도 내 살냄새를 맡고 있겠지.
뜻밖의 냄새도 있다. 아기 손에서 꼬릿한 냄새가 난다. 손을 꼭 쥐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렇단다. 물이나 물 묻힌 거즈로 닦으면 금방 사라진다. 나는 그 꼬릿한 냄새를 맡는 것도, 손을 닦아 그 냄새를 지워주는 것도, 꼬릿한 냄새가 사라진 손 냄새를 다시 맡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맘카페를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엄마들이 꽤 열광하는 냄새다. 발냄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직 봄이는 발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걸어다니기 시작하면 나는가보다. 성인의 발냄새가 난다고. 그 냄새를 또 엄마들이 그렇게 좋아한단다. 나같아도 자꾸 맡고 싶을 것 같다. 내 아기의 발냄새.
봄이에게는 한동안 아주 구린 방귀 냄새가 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과식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런 구린 냄새가 나지 않는데, 당시에는 변 며칠 못 본 어른의 방귀 냄새가 났다. 과식하게 해서 미안하다. 아기들은 그냥 뭔가를 빨고 싶어할 때가 있다는데, 그때 하는 행동이 배고플 때 행동과 비슷하다. 생후 한 두 달 간은 그런 행동이고 저런 행동이고 배고파보이면 다 먹였다. 작게 태어나서 잘 먹어야 한다는 그런 조바심도 좀 있었다. 그래서.. 2.25로 매우 작았던 아기가 두 달 만에 표준 체중이 되어버렸다..반전의 벌크업.. 보건소에서 파견 나온 간호사가 아기가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며 수유량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그때부터 수유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구린 방귀냄새도 함께 사라졌다.
각각 고유의 체취가 있기는 하지만, 가족들은 냄새가 닮기도 한다. 빨래냄새나 집냄새가 가족에게 달라붙는다. 결혼 후 남편에게서 나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느꼈을 때, 이젠 연인에서 가족이 됐구나 했다. 연애할 땐 남편에게서 나와 다른 냄새가 났고 나는 그 냄새를 좋아했다. 이제 그 냄새는 시댁에 갔을 때만 난다. 우리는 우리만의 냄새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집에는 우리 냄새가 나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자기만의 귀여운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우리 부부를 사로잡은 사람, 동시에 우리 냄새도 나누어가진 작은 사람이!
봄이 머리 냄새 맡으러 가야징. 나중에 크면 기겁을 하고 싫어할 테니 어릴 때 냄새를 많이 맡아야겠다. 자랄수록 귀여운 냄새들은 사라지고 말겠지. 벌써 아쉽구만. 그래도 나중에 늙은 애미에게 젊은이들이 쓰는 좋은 냄새나는 바디크림도 추천해주고 힙한 디퓨저 브랜드도 알려주고 그러면서 여전히 소소하게 냄새를 나누는 사이가 되면 좋겠구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