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작고 예쁜 뒷모습..
나는 봄이의 뒷모습을 좋아한다. 안 좋아하는 데가 없지만 특히 뒷모습을 보면 뭔가 더 두근두근 벅차오르는 것이다.
봄이는 아직 목을 잘 가누지 못하는 2개월 아기이기 때문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러 뒤집어보지 않는 이상 뒷모습을 볼 수 없다.
봄이의 뒷모습을 보는 때는 주로 트림시킬 때와 목욕시킬 때, 옆으로 뉘여 재울 때다. 가장 좋아하는 건 목욕시킬 때의 등이다. 남편이 한 팔에 아기의 턱과 팔을 기대게 해 내쪽으로 등을 보이게 잡아주면, 내가 아기의 등을 닦아준다. 내 손바닥을 몇 번만 왔다갔다 해도 금방 다 씻을 수 있는 몰캉몰캉한 맨 등이 너무 좋다.
왜 아기의 뒷모습에 벅찬 기분이 드는 걸까.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뒷모습이 어쩐지 너무 인간같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나 작은데 인간의 등이다.
아기의 얼굴을 보면 너무 통통하고 귀엽고 예쁘단 생각이 더 많이 드는데, 뒷모습을 보면 살아 있는 고독한 사람처럼 보인다. 앞모습을 보면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같은 게 떠오르지만 뒷모습은 귀엽긴 해도 영락없는 사람이다. 너무 사람이다. 지구에 막 도착해 중력을 느끼며 일어서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뒷모습이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등에서는 인생이 보인다.
시선이 향하는 곳을 알 수 없단 것도 이 벅찬 마음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앞모습을 보면 나와 눈을 마주치거나 다른 걸 보거나 시선의 방향이 보이지만, 뒷모습에서는 그렇지 않다. 뒷모습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물론 아기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앞모습을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눈을 볼 수 없는 그 뒷모습 특유의 고독함이 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무슨 풍경을 보고 있을까. 지금 벌어지는 일이 무슨 영문인지 알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게 아마 아기와 나의 인간적 거리일 것이다. 나는 아기의 마음을 다 알 수 없고 아기도 마찬가지다. 서로 적응해서 잘 사는 수밖에.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인간적이다. 실체는 없는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빠질 때, 아기도 나도 모두 서로의 등에서 마음을 읽어낼 수 없는 인간이라는 이 사실을 떠올리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아기는 앞으로 살면서 힘든 일도 기쁜 일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엔가는 왜 태어났나 싶기도 할 테고 또 어느 날에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도 빠질 것이다. 외롭기도 하고 충만하기도 할 것이다. 아기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길 기원한다. 내가 이 작은 등을 계속 사랑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