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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러리 까르찌나 Nov 22. 2023

시선(외로움)

김희은의 그림이야기

뭔가를 은근히 몰래 엿봐야 할 때가 있다.

추한 그 무엇은 그냥 외면해 버리면 되지만

용기 있게 쳐다봐야 할

아름답고 밝게 빛나는 것을 대면할 때도

어떤 이유에서 인지

당당할 수 없어 슬쩍 곁눈질을 한다.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

목욕하는 여인들의 흐트러진 자세를 그린

드가 또한 그러했을까

그의 작품에 빛나는 여인들은

드가만의 화려하고 밝은 색채로

눈부시게 자리 잡고 있지만

비켜선 시선 어딘가에 항상 있다.

숨어서 엿보는 눈초리 한 자락에

그녀들이 늘 서성이고 있는 거다.

마치 그녀들을 <쳐다보는 시선> 속에 가둬버리듯

명확히 분리된 그 무엇에 의해 그녀들을 나눠버린다.

함께 하면 안 되나 보다.


살다 보면

현실 한복판에 서고 싶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그냥 한 발자국 물러나서 숨죽이고

존재를 묻어둔 채 지켜보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다.


이렇게 저렇게

삶의 한 고개를 애써 넘은듯한  현재의 내가 그렇다

어디로 어떻게 또 달려갈 것인가

그냥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 무엇을 거기에 두고  

숨어 지켜보면 안 될까..

이유 없이 쭈그러드는 요즘이다.


날은 또 왜 이리 추운지..

냉기 어린 길거리를

따뜻한 내 영토에서 바라보는 심정

지금의 온기 속에 숨어 차디찬 계절을 바라보지만

언젠가 또 저 길 한복판에 내가  서있어야 하는 것을....


누가 물었다.

외롭지 않냐고

피식' 웃었다.

한참있다 대답했다.

선택한 외로움은 입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거고

행복하게 채워져서도 안되는 거라고..

에너지 넘친다고 기운이 세다고?

고갈 충전 고갈 충전의 반복.

이 또한 선택이니..

나 혼자 길을 가야지~~


올해는 털이 복슬복슬한 덕선이 표 벙어리장갑이나 하나 사야겠다


그림:< 러시아 에르미타쥐 미술관>과

        <푸시킨 박물관>에 소장된 에드가 드가의 작품이다


#김희은의 그림이야기 4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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