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쌤, 5분 후에 교사실에서 회의한대요.”
주혜는 미간에 모인 눈썹을 순식간에 헤치며 대답했다.
“네, 곧 갈게요!”
씩씩하게 대답한 목소리와 표정은 달리 영 밝지 않은 주혜가 앞으로 1년간 쓰게 될 교실을 둘러보았다. 머릿속으로 대학생 때 배운 정적 영역과 동적 영역을 분리하며 열심히 영역을 구성하려는데, 개원한 지 6년이 다 되어가는 교실 상태는 빈말이라도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공장초기화처럼 깨끗하게 비워달란 것도 아닌데, 그래도 휴지통 비우기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과부하 걸린 서랍장은 열기도 전에 내용물을 쏟아내기 직전이었고, 교구장에는 먼지에 자리를 잃어버린 교구들이 아이들 대신 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엄두도 안 나는 이 상황 속에서 성실히 자기 일을 하는 건 시침과 분침 뿐이었고, 어느새 시계 바늘은 1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 맞다! 회의!”
부리나케 2021이 은빛 자수로 큼직하게 박힌 다이어리와 삼색 볼펜을 들고 교사실로 향했다. 사실 주혜가 사용하는 다이어리는 신입 교사 오리엔테이션 때 원장님이 선심 쓰듯이 준 투박한 디자인의 다이어리가 아닌, 카페마다 시즌별로 한 벽면을 알록달록 채우는 기획형 상품 다이어리다. 아기자기한 벚꽃 일러스트와 카페 특유의 로고가 그려진 다이어리를 샀는데, 어쩐지 공과 사를 구분해서 ‘공’인 유치원 일은 이 예쁜 다이어리에 한 줄이라도 적고 싶지 않아서, 유치원에선 원장님이 준 그 투박한 다이어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유치원 교사로서 임주혜와 인간 임주혜를 철저히 나눠 워라밸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라고나 할까?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알록달록 10가지 색깔을 두루 쓸 수 있는, 귀여운 미피가 그려진 뚱뚱한 볼펜 대신 삼색 볼펜을 택한 건 미피에 대한 다른 시각을 선물해준 지영 때문이다.
“이거 설마 미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