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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Nov 15. 2020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돌아가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선 나는 친자본주의 논리에 견강부회하기 위해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부터가 예의가 아니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의원(국민의힘 윤희숙)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것이 진정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인지 그 실제 또한 의문이다.




최저임금 1만 원. 나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최저임금이 1만 원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져왔다. 일의 특성상 퀵서비스를 이용할 때가 무척 많은데, 경쟁이 치열한 맑은 봄날이나 가을날이 되면 가격이 급전직하하여 한 건에 6천 원밖에 안 되는 경우조차 있다. 6천 원. 아마 그분들은 개인사업자일테니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은 받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다른 곳에 계시다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와서 물건을 받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면 넉넉히 한 시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뭐, 아주 운 좋게 하필 우리 사무실 근처에 있었던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한 번 따져 보았다. 6천 원의 구조를. 6천 원으로 중개해 준 곳에 수수료도 뗄 테고(아마도 20~30%는 떼겠지.), 자신이 타는 오토바이의 유류비와 보험료(그래서 아마 보험 미가입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도 내야 한다. 하루에 이 분이 얼마나 많은 콜을 받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래서야 '최저' 인생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의 지나치게 건방진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적으로야 수요-공급의 법칙이 있으니 이때 책정된 6천 원이라는 가격이 적정한 것 아니냐고 아마도 그 의원은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경제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얼마 전 친구들과 최근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한 친구가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라도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렇다.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지. 그러나 나는 경제'만'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1만 원은 한 사람의 1시간을 사기에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4대 보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지만 1만 원에서 4대 보험을 낸다면 남는 돈은 8~9천 원 사이. 점원이 없는 식당에서 돈까스 한 그릇 사 먹을 돈밖에 안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면서 돈까스 사 먹으려고 하면 안 되지. 그 사람이 스테이크를 사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까스 정도면 그래도 서민 음식 아닌가. 경제 이전에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할 권리와 가치가 있다.


"아르바이트에게 최저임금 1만 원을 주고 나면 저는 그것조차도 남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는 수많은 소상공인이 있다. 이때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최저임금을 깎는 문제가 아니라, 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서 사장님이 그렇게 조금밖에 이윤이 남지 않으시는 건지에 대한 구조적인 고민과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부동산만 임대해 주었을 뿐인 임대인이 얼마나 많은 불로소득을 가져가는지, 그리고 (있다면) 체인 본사와 소상공인 사장님과의 계약은 과연 적정한지 등에 대한 검토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누가 보아도 소상공인 사장님보다는 아르바이트생이 약자이기 때문에, 결국 아르바이트생이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으로 귀결될 뿐이다. 경제학을 박사까지 공부했다는 그 의원의 논리다.(솔직히 말하면 이런 논리를 펴려고 박사까지 공부했냐는 실소가 든다. 나도 경제학석사까지는 공부한 사람이다.)


조금만 곁가지로 새자면, 나는 우리나라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백종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단순한 임대료만의 문제도, 체인 본사와의 문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서 생기는 문제도 아니다. 사실 냉정하게는 사회안전망의 문제다. 사람들이 재주도 능력도 경쟁력도 부족하더라도 소상공인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이 고민해야 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면 바로 이런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것 아닐까. 고작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 52시간제가 너무 급하게 도입되어서 이런 문제는 경제학을 모르는 필부가 술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듦으로 인해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히 전태일 열사도 원치 않으셨을 일이다. 그럼 전태일 열사는 52시간제의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했을까. 아니다. 52시간보다 적게 일하더라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작은 중소기업의 사장들이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른다면 더 큰 회사와의 거래관계에 생기는 모순에 주목했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권한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채 52시간을 일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52시간 일하는 직원에게 지금만큼의 급여를 주더라도 어려워지지 않는 중소기업을 만들 생각과 고민은 아예 없는 것일까. 이것을 단순하게 급여가 줄어드니 전태일 열사라면 52시간 근로를 반대했을 것이라는 논리는 너무나도 천박하다.


그렇게 어려운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면 왜 경영자들은 그렇게 많은 급여를 가져가는지, 왜 대기업들의 순이익은 그렇게 많이 남는지 거기에 어떤 부정과 부패는 개입되지 않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말 자본주의 사회에서 순수한 경쟁의 결과인가. 나는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노력도 한다고는 믿지만 정몽구와 정의선 회장이 왜 그렇게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하나. 그들이 과연 다른 회사의 대표를 한다고 했을 때도 삼성과 SK에서 그 정도의 급여를 주면서 영입했을까. 하필 제일 큰 기업이라 이들을 언급했을 뿐이다. 구광모 회장은, 조원태 회장은 또 어떤가. 심지어 두산그룹은 지금 엄청난 경영위기를 겪었다. 그 실패를 가져온 이에게 책임을 묻고 내보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나는 스스로를 보수주의자이면서 자본주의자라고 말한다. 다만 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보수주의를 하고 '제대로' 자본주의를 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무슨 제대로 된 자본주의인가.




나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편들기 위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실은 나는 요즘 문재인을 이야기할 때, '문제'와 '재앙'이라는 표현을 정말 많이 쓸 정도로 이 정부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고 실망하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평가해서 우리 사회에 유일한 집권 대안 세력에서 주목받는 국회의원이 하는 생각이라는 게 고작 저 정도에 불과하니 문재인 정부가 오늘날 이렇게 폭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야당 의원이라면 지적해야 할 것은 "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키지 못했는지", 또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면 1시간에 8천 원만 받고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같은 것이지, 지금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고 힘드니, 52시간제 적용을 늦추고 노동자에게 68시간씩 일하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내가,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너무 불쌍해서 이 글을 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을 보면 어떤 기생충박사의 의견과는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민성이나 의지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위정자들의 수준이 너무나도 저열하다. 물론 그런 저열한 위정자들을 뽑은 것도 국민의 수준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후보 자체가 바보와 병신인데 그중에서 누구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는 태극기도 대깨문도 극소수다. 다만 정치인들 중에만 그들을 바라보고 정치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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