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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Jun 05. 2022

죄송합니다

변명을 위한 몇 가지 근황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일주일에 두 편은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 결심은 일주일도 가지 못했던 것 같지만요. 그다음엔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쓰려고 했습니다. 그 다짐도 지키지 못했지요. 저는 더 이상 스무 살 청년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후로는 대체로 한 달에 두 편 혹은 세 편 정도의 글을 올리는 셈이었고, 최소한 아무리 적어도 한 달에 한 편은 올리자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장 최근에 올린 지난 글입니다.


어느덧 5월이 끝나가고 30일과 31일에는 어떻게든 한 편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 30일 저녁에 갑작스레 약속이 생겼어요. 메모에 적혀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그날의 번개였는가 봅니다. '에이~ 뭐. 31일이 있잖아!' 하고 호기롭게 생각했지만, 1일이 모두가 다 쉬는 휴일이었던 까닭에 그날은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약속을 소화하고 집으로 와야 했습니다. 그렇게 5월이 갔습니다.


뒤따라 오는 휴일에라도 한 편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 목요일 회사에서 일찍 집에 와서는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죠. 실은 저는 브런치를 하기 위해 노트북까지 새로 산 사람입니다. 재작년에 산 노트북에는 아무것도 깔려 있지 않아요. 그간 휴대전화로 찍었던 사진을 저장해 두는 용도 이외엔 그야말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한 웹브라우저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마 뽑기를 잘못한 모양이에요. 컴퓨터를 샀을 때부터 이상했습니다. 부팅이 너무 오래 걸렸거든요. 바로바로 수리를 맡겼어야 했는데 그냥 '적응하면서 살자'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날은 부팅에 한 시간도 더 걸렸습니다. 아마 되도 않는 깔려 있는 기본프로그램을 읽고, 또 업데이트를 해야 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실은 결국 그렇게 해서도 웹브라우저를 열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한 시간만 날리고 말았죠.


그럼 지금 이 글은 어떻게 쓰고 있느냐고요? 마침 오늘 다른 업무도 있고 해서 금요일 퇴근길에 회사 컴퓨터를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이게 제 집에 있는 컴퓨터보다 더 구식일텐데 이건 부팅만 잘 되네요.




그동안 브런치에도 주말에 아무곳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돼지처럼 늘어져 사는 삶에 대한 자괴감을 몇 번 적은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 봄부터는 그런 생활을 청산하려고 꽤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해부터 시작한 운동을 올해에도 계속 이어서 하고 있을 뿐더러, 아마 코로나19가 비교적 잠잠해진 탓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과의 약속도 많이 생겼죠. 그러고 보니 최근 한두 달 사이에는 주말에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날이 없었던 듯도 싶습니다. (동네 외출을 제외하고도) 주말에 사람을 만난다는 건 평일에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지요. 당연히 평일에도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이 생겼습니다. 만나는 사람도 많아졌고요. 아예 코로나19 이전 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평범한 마흔 살의 사무직 직장인치고는 (이 말은 영업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상당히 바빠진 셈입니다.


일 외에 이것저것 부업을 해 보려는 시도도 계속 되었습니다. 아마 조만간 그 성과를 여기에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 건 아니지만 그렇게 경험을 쌓고, 그것이 이력이 된다는 게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요. 업무 외에 하는 부업이다 보니 여가 시간에 그것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브런치에도 나뉘었어야 할 한정된 에너지는 취미생활에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데에, 또 다른 부업에 쓰여야 했습니다.


남는 시간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돼지 같은 게 아니라 정말 피로해서 저 스스로도 '이 정도는 늘어져도 된다'고 여겼을 정도로 낭비하는 시간도 필요했죠. 그러나 낭비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그동안에도 만성피로자로 살았었는데 이제는 좀 더 그렇게 된 것 같네요.




대학생 때 스타 블로거가 된 데에는 저의 부지런함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재밌어서 하루에도 두세 편씩 글을 올렸어요.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는 모두 덧글을 달아드리기도 했고요. 지금도 어느 날 밤이 기억납니다. 자려고 누우려 불까지 껐는데 갑자기 불현듯 뭔가의 글감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글감인지 지금 바로 생각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제 인생을 바꿀 어떤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젊은이의 소영웅주의 때문인지 '내일 일어나면 이것을 잊어버리게 될 거야. 지금 바로 적어야 한다'며 컴퓨터를 켜고 부지런히 적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 정도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던 거겠죠.


더해서 그때의 블로그에는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솔직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 지인들은 제가 블로그를 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때로는 우리 지인(어쩔 때는 그것이 본인이 될 수도 있는)의 이야기가 올라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의치않고 그냥 블로그를 했어요. 솔직했고 숨김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신나게 블로그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브런치는 어떨까요?


그때의 블로그를 보면 블로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 저의 생각과 사상 외에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동아리에 속해 있으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모두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죠. 일단 저는 브런치를 한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혹여 한다고 해도 어떤 브런치인지 절대 가르쳐 주지 않고 있어요. 순수하게 저의 글만으로 판단받기 위함입니다.


덕분에 더 솔직해지는 면도 있어요. 만약 회사 사람들이 들어온다면 제가 좋소기업에 대한 비판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할 수는 없었겠죠. 반면에 제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숨겨야 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도 쓰지 못하게 되는 일도 상당히 발생합니다. 당장 제가 작년부터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고 적었는데, 어떤 운동인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죠. 물론 어떤 분은 글을 읽고 추측하실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로요? 그 정도면 애정이 상당하신 건데요. (매우 감사합니다.)


이제 앞으로는 모든 것을 드러낸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보다는 좀 더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하나의 굴레를 벗어던지려고요. 당장 취미생활에 관한 글도 하나를 솔직하게 드러내서 쓰려고요. 그런데 그 운동은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자칫하면 제가 누군지 알게 될까도 조금 걱정이긴 한데... 일단은 그래 볼 생각이에요.




아무튼 그동안 너무 격조했어서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더 부지런해지겠다고 꼭 약속할 수는 없겠지만, 더 노력해 볼께요. 일단은 제가 부업으로 하고 있는 일 가운데 가장 큰 일이 다음 주면 끝납니다. 그러면 6월 중순부터는 더 한가해지니 그만큼의 열정은 브런치에 쏟아 볼께요!


저의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독자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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