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키워도 되는 집은... 이 동네에 없어요."

반려견과 살 집 구하기

by 희월

작년부터 혼자 이사만 거의 5번째. 언제 뭘 해야 할지 자동으로 계획이 세워질 법도 하다. 그러나 반려견과 함께 살 집을 구하는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모아 둔 돈으로 대출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의 매물을 여러 개 찾았지만 반려동물 가능 여부가 표시된 경우는 거의 없어서 전화로 물어봐야 했다. 매물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었고 부동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해당 매물은 물론,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집은 내가 선택한 동네에서는 한 군데도 없을 거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다.


"강아지 키우면서 집안 곳곳에 파손된 부분이나 대소변 흔적이 있는데도 대처를 하지 않고 그냥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집주인분들도 그런 분들한테 지치다 보니 처음에는 키워도 된다고 하셨던 분들도 이제는 아예 안된다고 하세요. 매물 광고에 반려동물 가능 여부 표시가 없으면 그냥 안된다고 보시는 게 맞아요."


바니를 키우면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억울했다. 분명 그 동네에서도 강아지는 키울 텐데 전부 다 아파트 전세로 사는 사람들일까. 부동산에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부당함을 감당해야 한다는 걸 왜 모를까.


그래도 찾아보면 한 군데는 있겠지. 포기하지 않고 매물들을 하나씩 찾아 살폈다. 노력은 희망을 배신하지 않았다. 보증금, 월세, 평수, 방 2개, 거실, 주차장, 주변환경까지 내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했다. 전화를 걸어 반려견을 키워도 되는지 먼저 확인했다. 중개사가 집주인에게 확인을 한 뒤 키워도 된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다음날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바니를 데리고 3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 약속시간에 도착했다. 집 주변이 정말 조용했고 바로 옆에 산이 있었다. 친절한 인상의 중개사분께서 집을 보여주셨고, 몇 군데만 손보면 완벽한 집이었다. 같은 조건의 매물이 더 있으면 좋았겠지만 강아지가 되는 집은 더 이상 없다고 했다. 다행히 유일한 선택권이 마음에 드는 집이라 몇 시간 후 집주인과 부동산에서 만나 계약을 진행했다.


지금 사는 곳은 겨우 6평짜리 원룸이지만 아늑하고, 산책하기 좋은 곳도 많지만 물건을 아무리 잘 정리해도 공간활용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큰 도로 바로 옆이라 하루 종일 시끄럽다. 화물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매일 아침이면 뱃고동 같은 경적소리에 깨어나 둥근 해를 맞이한다. 오토바이들은 꼭 그렇게 똥방귀 소리를 내며 질주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북향이라 햇빛도 잘 들지 않아 화창한 날씨에도 집이 어둑어둑하다. 산책로가 대부분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붙어있고 굳이 보행로로 지나다니는 고추잠자리 같은 자전거 라이더들을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 모든 단점들이 제거된 환경에 이사를 가게 되어 참 다행이다. 물론 이사 갈 동네에서도 새로운 불평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바니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지만 근본적인 난제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약 455만 가구가 반려견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1인가구가 상당 비율을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반려견을 키워도 되는 집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무책임한 다수가 낳은 결과일 것이다. 결국 '책임감 있는 소수'는 '무책임한 다수'의 그림자 아래에서 늘 더 많은 노력을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이 부당한 현실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바니와 함께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무책임한 이들이 남긴 편견을 깨고 책임감 있는 반려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조용한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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