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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09. 2020

두 발 자전거 타기

 아이들이 성장했음을 알리는 공통된 이벤트들이 있다. 뒤집기, 혼자 앉아 있기, 처음으로 '엄마'라고 이야기하기, 첫 걸음 떼기, 아기 변기에서 용변 보기, 그리고 두 발 자전거 타기.


 첫째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타는 모습이 샘이 난 둘째는 배짱도 좋게 6살무렵 두 발 자전거 타기를 시도했다. 언니의 자전거를 빌려 동네 놀이터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데...

광고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뒤에서 아빠가 자전거를 잡아 주면서 같이 달리다 손을 놓으면 자연스럽게 쌩~ 하고 페달을 밟고 나가는 그런 드라마틱한 장면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거다. 아이가 수 십 번 넘어지며  오기와 분함이 가득차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고, 번갈아 가며자전거를 잡아주느라 몇 시간 구부정하게 달리던 남편과 나도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할 때쯤, 남편이 일단 자전거포에 가서 둘째 아이의 자전거 뒤에 붙어 있는 보조 바퀴를 떼고 오겠다고 했다.


 없는 걱정도 사서 하는 나는 그러다 두 발 자전거를 못 타게 되면 어떡하냐고 말렸고, 질러보고 보는 성격인 남편은 분위기 전환도 할 겸 둘째 아이들 데리고 다녀오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이도 자신의 실패 요인을 '언니 자전거'로 돌리고 싶었는지, 보조 바퀴를 떼어 달라고 졸랐다.


 몇 십 분이 흐른 뒤, 남편과 아이가 보조 바퀴를 떼어 낸 자전거와 함께 돌아왔다. 남편은 자전거 포 사장님이 두 발 자전거 타는 요령을 알려주셨다며  나와 아이에게 두 가지 내용을 주지시켰다.


 1. 자전거 뒤를 절대 잡아 주지 말 것


2. 한 발만 페달에 얹고 슬슬 타다 속도가 붙을 때 나머지 발을 슬쩍 올릴 것. 이 때 발 아래나 땅을 보지 말고 시선은 멀리 볼 것


아이는 놀랍게도 두어 번의 시도 끝에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자기도 안 믿기는지 '헤헤'하고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자전거를 탄 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아이가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실패했던 요인은 '언니 자전거'도 아이의 균형 감각 때문도 아니라, 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가 행여라도 상처를 입지 않을까, 뒤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손을 떼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도 나였고, '페달 잘 밟아, 잘 봐 잘 봐!' 하며 아이의 시선이 땅을 향하게 했던 것도 나였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잡은 손을 놓을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가지고, 발 아래의 것들이 아니라 멀리 있는 것을 보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이제는 몸이 훌쩍 커버린 둘째 아이의 자전거를 중고로 팔았다. 첫째 아이의 자전거를 둘째가 물려받고 첫째의 자전거를 사 주면서, 둘째가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 자전거를 중고로 판 돈으로 외발 자전거를 사주었다.

 

 어제 하루종일 아이는 놀이터에서 외발 자전거 타기를 연습했다. 다칠까봐 곁에서 서성이고 있으면 "엄마, 나와봐봐."하며 혼자 해보려고 어떻게든 애를 쓴다. 두 발 자전거는 내가 탈 줄 아니, 옆에서 뭐라고 참견을 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외발 자전거는 나에게도 미지의 영역이라 해 줄 수 있는 말도 별로 없어 그저 잠자코 아이가 엉덩방아를 찧고 올라타고를 반복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두 어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가뿐하게 외발 자전거 위에 몸을 올리는 것까지 성공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는 "우리 내일도 또 연습하러 가자."라며 다짐을 받고 잠이 들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의 도전을 통해 외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얼마나 더 휘청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아 주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고 싶다는 욕망과 싸워야 할까.  아이의 손을 잡는 대신, 아이의 뒤에서 위로와 응원,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때 나도 부모로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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