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이들과 나 모두 각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집에서 밥을 먹는 빈도도 함께 늘어났다. 원래 먹을 것에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라 조리 기구나 식기도 결혼할 때 산 아주 기본 세트만 가지고 별 불편함 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매번 똑같은 요리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들 먹을 것들을 이리저리 고민하다 보니, 조리 도구며 그릇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게나 인터넷의 알고리즘은 어찌나 '이것만 있으면 그럴듯한 요리를 할 수 있어'라며 날 유혹하는지, 기어이 몇 개를 장만하고 말았다. 그런데 막상 몇 가지를 더 들여 놓으니 할 수 있는 음식의 범위가 확 넓어지는 거다. 예전에는 필요한 것들을 보고, 안되겠네 덮어 버렸던 메뉴들을 하나, 둘 더 시도하게 되었다. 기존의 레시피에서 응용까지 하는 메뉴들도 생겼다.
원격 수업을 준비하며 제일 처음 나를 미궁 속으로 빠뜨렸던 것이 '온라인 도구'였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구현할 수 있는 도구들은 차고 넘쳐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걸 알 기회들이 있어도, '수업이 중요하지, 이런 기술은 부차적인 거야.'라고 치부하며 관심을 좀처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어쩔 수 없이 이런 것들의 종류와 쓰임을 익혀 나가다 보니, 수업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도 다른 방식으로 구조화가 되고 수업에선 써본 적이 없었던 콘텐츠를 수업에 활용할 수도 있었다. 새로운 도구를 알게 된다는 것은 수업에 대한 상상력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에 그쳤던 것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뒤바뀌는 경우도 꽤 많았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 자체가 도구를 사용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니, 내용과 도구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질문이 애시당초 무의미하다. 어찌보면 '도구'의 영역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나의 수업의 영역을 스스로 작게 만들어 온 것은 나의 착각과 무지였던 것 같기도 하다 .
코로나로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춘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변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교사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숨을 죽인 세상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겠다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