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씽킹 실행계획 4단계 - Prototype
- 디자인씽킹 실행계획 4단계 - Prototype
대포(Cannon)를 쏜다고 하자. 대포는 통상 Ready-Aim-Fire 순서로 쏜다. 그런데 스탠포드대학 교수이며 린스타트업의 개념의 기초가 된 고객개발론을 주창한 스티브블랭크는 대포 쏘는 순서부터 바꾸라고 한다. 즉, 극단적으로 Fire-Ready-Aim으로 하라고 한다. 이유는 급변하는 세상에선 일단 포를 쏴봐야 포탄이 날아가는지, 어디에 떨어지는지 알 수 있고 그런 다음 떨어진 지점을 보며 조준해서 목표물에 근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린스타트업 반복주기(Itertation Cycle)로 풀어서 설명하면 일단 만들고(Build), 측정하고(Measure),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배우는(Learn) 세 단계 Build-Measure-Learn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만드는 단계가 포로 말하면 Fire 단계이며 린스타트업에선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라 한다. 이걸 디자인씽킹에선 프로토타입이라 부르고.
MVP(최소기능제품)는 무엇인가?
MVP(Minimum Viable Product)는 최소 노력과 개발기간으로 반복주기(Build-Measure-Learn)를 한번 돌 수 있게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일단 만들어야 하고, 그 만든 것을 통해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측정한 것을 통해 배울 수 있어야 MVP는 완성된다. 만들 때 최소한의 노력과 리소스를 투입해야 진정한 의미의 MVP가 될 수 있다.
빨리 만든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스피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할 수 있겠다. 자동차 외장수리 모바일 서비스 '카닥'의 경우에는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툴인 'Axure'로 하루 만에 MVP를 만들었고, 소셜 라디오 서비스 '스푼'은 10년 풀 스택 개발자 덕분에 무려 네이티브 앱을 5일 만에, 이태리 명품 구두 커머스 '제누이오'의 경우는 1인 창업이기에 본인 스스로 워드프레스 배워서 2주 만에 MVP를 출시했다. 내가 만들었던 예능 관련 하이라이트 동영상 앱 '요즘예능'은 웹앱 형식으로 두 달 걸려 만들었고. 다 다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빨리 만들어 고객에게 던져 주고 그 고객으로부터 피드백받아 배우면서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MVP 구축 시 유의사항
MVP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MVP는 단순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형태든 가능하다. 하드웨어 제품일 경우에는 종이박스로 만들어 봐도 되고, 서비스 영역의 경우에는 다양한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툴을 이용해도 되고 아니면 드랍박스처럼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동영상을 만들어서 컨셉을 설명해도 된다. 정형화된 형태라는 한계를 벗어나면 MVP 제작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도, MVP 구축 시 몇 가지 유의사항은 집고 가자.
1) 측정할 수 있어야 배우고 개선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반드시 붙이자.
2) 핵심기능만 넣고 과감히 빼자. 고객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일 경우 딱 한 가지만 해결해 주면 쓰기 마련이다. 덕지덕지 여러 기능을 넣기보다는 고객의 Pain Point 한 가지 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하자.
3) 반드시 완성된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일 필요는 없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쓰는 시간과 자금이 아깝다. 완성도보다는 Pain Point 해결이라는 한 가지에 집중하자.
4) 개발자가 없어도 가능하다. 공개된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툴이나 다양한 오픈소스 그것도 아니라면 소셜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 페이지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고객의 주문을 받고 처리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5) 숱한 회의보다 빠른 MVP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백배 낫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출시되기 전에는 이게 시장에서 작동(Working)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고객을 통해 배우는 것이 실패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길이다.
6) 오픈소스를 활용하자. 최근에는 미리 테스트할만한 좋은 툴, 손쉬운 결제 솔루션, 물류 시스템 등도 많다.
MVP의 유형
MVP 유형은 소개하는 책이나 글에 따라 다 다르다. 그렇기에 나도 내 맘대로 그 유형을 다음과 같이 나눠 설명해 본다. 물론 내 설명도 기존의 설명과 유사한 부분도 많이 있으니 이해해 주시길.
1) 동영상 MVP
클라우드 기반 파일 동기화(Sync) 서비스 드랍박스(Dropbox)가 동영상 MVP로 제일 유명하다. 드랍박스는 회사가 서비스하고자 하는 것을 아주 쉽게 동영상으로 설명해 놓은 것만으로도 잠재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런 관심이 제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서 본격적인 제품개발로 이루어지게 된 사례이다. 시제품 조차 없는 상태에서 컨셉 동영상 하나 만으로 사업성을 검증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누구나 이런 컨셉 동영상을 올린다고 다 MVP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아주 천재적인 개발자이거나(제품화 구현이 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수준의 개발력 보유),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컨셉일 경우에나 가능하겠다. 드랍박스의 경우에는 공동창업자인 드류 휴스턴(Drew Houston)이 하겠다고 하니 가능하게 된 경우이다. 여기서 드류 휴스턴이 Y-Combinator(미국 유명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에 지원하면서 쓴 자신의 프로필을 보면 이 정도 인물이니 동영상 MVP가 가능했겠다 라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 Please tell us in one or two sentences something about each founder that shows a high level of ability.
Drew – Programming since age 5; startups since age 14; 1600 on SAT; started profitable online SAT prep company in college (accoladeprep.com). For fun last summer reverse engineered the software on a number of poker sites and wrote a real-money playing poker bot (it was about break-even; see screenshot url later in the app.)
(출처: Read more at https://www.businessinsider.com.au/dropbox-y-combinator-application-from-2007-by-drew-houston-2013-9#AdSFJkyoetK5vLAz.99)
최근 들어 킥스타터, 인디고고 등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들의 활성화로 하드웨어 제품의 경우에도 제품 컨셉과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선판매 혹은 자금유치가 가능해졌다. 소품 촬영용 포터블 스튜디오 제작회사 오렌지몽키 문상곤 대표의 경우 킥스타터에서 총 6번의 펀드레이징 성공과 2백만불 이상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 성공전략과 동영상 MVP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나에게 알려준 바 있다.
예전에는 컨셉만 있어도 되었지만 최근엔 동작되는 프로토타입이 반드시 있어야 함.
후원 자체를 즐기는 Backer들 보다는 Shop으로 인식하는 일반 사용자들이 많이 있기에 제품 소개 영상미도 매우 중요함.
제품이 왜 만들어졌는지, 무엇이 좋은지, 특이사항은 뭔지 자세히 설명해야 함.
미디어에 노출된 것이 있으면 적극 인용해야 함.
계속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중요하므로 Track Record 관리도 잘 해야 함.
2) 컨시어지 MVP
호텔에 가면 컨시어지(Concierge) 코너가 있다. 고객들의 여행 관련 교통편, 식당 예약, 각종 안내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초기부터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Back-end를 다 개발해서 자동화할 필요는 없다. 한 두건의 수요는 공동창업자들이 몸으로 때워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자동차 외장수리 서비스 카닥의 경우에도 처음엔 'Axure RP'라는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툴을 이용하여 하루 만에 웹앱 형식의 MVP를 출시했다. 물론 겉모습만 앱처럼 보이는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그 MVP를 들고 회사 주차장에서 찌그러진 동료의 차를 찾아다닌다. 동료에게 MVP를 보여주고 사진 3장을 찍어 카닥 MVP에 업로드하게 만든다.
실제 첫 카닥의 MVP는 사진 업로드 기능만 있는 형태였다. 고객이 사진을 찍어 업로드 한 이후부터는 카닥 팀원들은 모두 컨시어지가 된다. 그 사진을 미리 섭외해둔 카센터에 보내고, 카센터에서 잘 받았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신속히 사진 확인해서 견적서 보내달라고 재촉하고, 견적서를 이메일이나 팩스로 받고, 그 받은 견적서를 마치 자동화되어 카닥 MVP에 업로드된 것처럼 올리고. 이런 전 과정을 컨시어지처럼 몸으로 때우면서 해낸 거다.
고객들은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한다. 뒷단이 자동화되었던 안되었던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찌그러진 자동차 사진을 올렸는데 몇 분 안에 견적서가 도착하면 그 서비스에 만족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서버 등 백엔드 시스템 개발한다고 난리 칠 필요가 없다. 적어도 MVP 단계에선 말이다.
제품 컨셉만 가지고 고객 인터뷰해도 얻는 것이 있겠지만 고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왜곡되거나 정보의 질에서도 한계가 있다. MVP를 가지고 고객을 실제 서비스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고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인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작동되는지 알 수도 있다.
3) 오픈소스 MVP
가볍게 시작하고 실패를 최소화하는 스타트업 방법론으로서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 대중화된 것에는 오픈소스의 역할이 크다. 앞에서도 언급한 다양한 프로토타이핑 툴, 손쉬운 결제모듈, 사용한 만큼만 쓰는 클라우드형 물류서비스,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 손쉽게 MVP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툴(서비스 디자인씽킹, 배성환 저, 한빛미디어)
Axure: 화면설계에 필요한 전반을 제공
Framer: 개발언어 기반으로 실제 작업물과 유사한 결과를 제공
Oven: 온라인에서 작업해 공유 가능한 툴
이태리 명품 구두 커머스 제누이오의 경우 성율덕 대표가 1인 창업한 기업이다. 성대표는 혼자 2주 동안 워드프레스를 배워 반응형 웹으로 사이트를 구축하고, 결제 서비스는 '개발자들을 위한 결제 API' 아임포트를 이용해서 하루 만에 결제 모듈 붙이고, 이태리에서 한국으로 가져와서 창고에 적재하고 배송하는 가장 큰 난관은 '온라인 판매자를 위한 창고 및 택배대행 서비스' 마이창고를 이용하여 해결했다. 그러니 1인 커머스 창업도 가능하게 되었고 MVP로 시장성까지 검증하니 내가 창업한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도 하게 된 것이고.
내가 언급한 오픈소스 말고도 다양한 오픈소스들이 있으니 검증 전에 처음부터 돈 쓰면서 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다 때가 되어 사업성이 검증되면 그때 모든 역량을 모아 인력도 충원하고 마케팅도 하면서 규모를 확장시켜 나가면 된다.
4) 정면돌파 MVP
말 그대로 처음부터 시장으로 돌진하는 형태다. 모바일 서비스를 만든다면 앱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처음부터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발진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개발 역량이 받쳐주고, 사업 피봇을 고민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면돌파를 택하게 된다.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야생에서 피드백을 받다 보니 냉혹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래도, 빠르고 타격이 적은 실패를 권장하는 린스타트업 정신에 비춰본다면 이런 MVP도 괜찮은 것 같다.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 '만땅'과 충전 정보 소셜 서비스 '플러거'로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마이쿤 최혁재 대표는 비장한 각오로 폐업의 위기 앞에서 마지막 서비스 출시를 결정한다. 일주일에 3개 서비스를 출시하고 그중에서 반응이 제일 좋은 서비스 하나만 남기고 그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15년 9월 5일 만에 제작한 스마트폰으로 녹음해서 업로드가 가능한 라디오 서비스 '스푼'이 출시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네이티브 앱으로 말이다.
'스푼'은 첫 MVP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배워서 1년간 54회 업데이트하는 등 고객에게 사랑받는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다. 2015년 9월 MVP 출시하고, 2016년 7월 유료 BM 적용하였고, 2017년 12월에는 1년 전 대비 10배의 월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 던져놓고 시장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 지어야 되겠다. MVP, 즉 프로토타입은 말 그대로 프로토타입이다. 완성된 제품이 아니란 얘기다. MVP는 시장을 알아가는데, 서비스가 작동하는데 검증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시장이며, MVP를 통해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배워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린스타트업은 끊임없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배워가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린스타트업 개념을 주창하고 책도 저술한 '에릭 리스'가 말한 '스타트업은 단순 돈벌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업을 어떻게 만들지 학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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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오후 10:00 패스트파이브 617호 좁은 독방에서 홀로 쓰다. 오랜만에 쓰니 글이 잘 안써지긴 하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