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와 사랑의 뮤지컬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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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뒤마(삼총사의 저자이기도 함)의 책 몬테 크리스토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를 봤다. 코로나 2단계로 공연계도 영향을 많이 받아 잦은 좌석 뛰어 앉기 정책 변경으로 인해 무려 두 번씩이나 예매가 강제 취소되고 재예매 오픈된 것을 겨우 예매해서 보러 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뮤지컬을 찾은 이유는 그래도 나라도 봐서 공연계 살리는 데 일조를 해야겠다는 신념과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이 뮤지컬은 책을 원전으로 했지만 2002년의 영화에서도 많은 내용을 가져왔다. 뮤지컬을 보고 영화를 다시 보며 비교해도 재밌긴 하다.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도 익숙한 스토리라 대략적인 내용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부족한 옛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시놉시스를 간략히 정리하면,
1814년, 나폴레옹이 유배된 엘바섬에 두 선원 에드몬드와 몬데고가 죽어가는 선장을 살리고자 상륙한다. 선장을 치료하던 중 나폴레옹으로 비밀편지를 전달받은 에드몬드는 그 편지로 인해 친구 몬데고와 항해사 당글라스의 배신과 검찰총장 빌포트의 음모에 휩싸이고 약혼녀 메르세데스와도 헤어지고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인 샤또 디프에 투옥된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감옥 생활 중 만난 파리아 신부를 통해 함께 탈출을 꿈꾸고 신부가 가진 모든 지식과 검술 등을 전수받는다. 그리고 음모의 전말을 파악하고 복수를 꿈꾼다.
뮤지컬 1부는 음모, 투옥, 탈옥, 신분전환(에드몬드 ->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주로 펼쳐진다. 엘바섬에서의 나폴레옹과의 만남과 마르세이유로의 귀환, 그리고 메르세데스와의 약혼식까지 속도감 있게 나오는데 그때의 노래 ‘사랑이 진실할 때’와 ‘축배’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에드몬드 역의 카이와 메르세데스의 린아가 서로 화음이 맞지 않은 듯 어색했고 멜로디 또한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느낌이다. 그래서 살짝 실망하려고 할 때 악당 3인방(빌포트, 몬데고, 당글라스)이 부른 ‘역사는 승리자의 것(A Story Told)’부터는 노래에 푹 빠지게 되었다. 역시나 악랄한 악역이 등장해야 더 긴장되고 극에 몰입되는 것 같다. ㅎㅎ
거대한 스크린을 잘 사용하여 영화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고된 감옥생활을 잘 표현한 ‘하루하루 죽어가 (Everyday A Litttle Death)’는 분위기가 묘했다. 파리아 신부와의 만남 그리고 이 노래와 함께 동굴을 파는 장면은 노래 분위기와 스크린이 잘 조화를 이룬 명장면이다. 신부로부터 인문지식과 귀족들의 예법, 검술 등을 배워가던 중 불의의 동굴 붕괴로 신부와의 이별을 고하는데, 신부가 준 마지막 선물인 보물섬 ‘몬테 크리스토’의 지도와 시체 바꿔치기로 탈출, 해적과의 만남과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의 변신이 순식간으로 벌어지며 복수를 다짐하며 부르는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이란 최고의 곡으로 1부는 막을 내린다.
2부는 복수에 치중되어 있다. 자신에게 파멸을 안겼던 3인방을 서서히 제거시켜 나가고 복수를 완성해 나가려 한다. 사랑했던 메르세데스와 그의 아들 알베르, 마지막 몬데고와의 마지막 혈투 등.
정의는 가진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의 주제를 두줄로 표현하면 정의와 사랑이란 위의 두 문구로 정리할 수 있다. 억울한 옥살이와 복수 그리고 용서. 그런데 영화에서는 정의와 심판은 인간이 아니라 신에게 속해 있음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악명 높은 샤또 디프 감옥 안에 새겨진 “God will give me justice” 문구는 아직도 생생하다.
복수로 치달으며 스스로도 악마가 되어가는 몬테 크리스토에게 메르세데스는 ‘사랑은 베풀어야 이루어지죠’라며 설득한다. 괴로움에 휩싸인 몬테 크리스토는 ‘과거의 내 모습(The Man I Used to be)’를 부르며 파리아 신부의 가르침과 용서를 생각한다. 카이가 이 노래를 부르는데 앞에서 11번째 좌석임에도 불구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보고 싶어 오페라 망원경을 꺼냈다. 애절한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카이를 보며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저렇게 진심을 담아 본인이 참회하듯이 부르다니. 흑, 또 카이에 ‘입덕’ 되는건가?
내가 본 캐스트는 카이, 린아였다. 카이는 최고였는데 그에 비하면 린아는 뭔가 애절함은 덜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악역 3인방의 멋진 음색과 파리아 신부님의 연기가 훌륭해 전반적으로는 그리 나무랄 수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곡이 넘 좋았다. 뮤지컬 마치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작곡이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역시.
카이, 린아의 멋진 가창력과 잘 짜여진 스토리에서 나오는 안정감, 적절한 스크린 사용과 무대 전환이 인상적인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였다. 윽. 또 보러 가고 싶다.
#몬테크리스토 #카이 #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