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추리 Apr 16. 2021

22 가깝지만 매력 충분한 올레 18코스

20210404

22 가깝지만 매력 충분한 올레 18코스

(18코스, 19.8킬로, 제주 원도심-조천 만세동산)


5코스 출발점인 제주 남원읍에서 출발해서 서귀포를 지나 서쪽을 다 돌아 제주시까지는 걸었다. 오늘은 제주시를 출발해서 서귀포 방향으로 동쪽 해안을 끼고 내려간다.


어제 늦게 자서인지 알람를 두번 미루고 8:20에 일어났다. 숙소 1층에서 커피를 뽑아 13층 옥상 라운지로 올라왔다. 바닥은 젖어있고 바람 또한 거세다. 춥다.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오후에 비까지 온다고 했는데 빗속을 걷는 첫 올레길로 고생하는 하루가 될 듯 하다. 같이 걷는 도윤이도 꽤 고생할 것 같다.



음악을 튼다. 두부를 잘라서 랩을 쒸운 후 전자렌지에 뎁힌다. 두부 물기를 제거하고 한번 더 데운다. 두부 위에 들기름을 두른다. 거기에 달기로 유명한 제주 구좌읍 당근과 피클을 곁들인다. 이게 내 아침이다.


다 준비하고 10시에 도윤이를 만난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18코스 출발점 올레 안내소로 왔다. 엊그제 16코스 안내소로 전화연결 해주신 올레 안내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올렸다. 활짝 웃으시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신다.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고 10:28에 출발한다.



동문시장을 관통하고나서 산지천을 끼고 간다. 산지천 위로 이쁜 다리들이 많다. 내가 차와 몸을 싣고온 제주항이 왼편에 보인다. 등대가 있는 언덕을 지나 벽화마을을 가로질러 사라봉입구에 다다른다.



사라봉. 첨엔 사라봉을 좌편으로 보고 돌아간다. 왜 이러지 하는 순간 눈 앞에 긴 계단 오르막이 펼쳐진다. 표지판부터 270여개의 계단을 올라 사라봉 정상 정자에 서다. 숨 헐떡이며 제주항과 제주시내 풍경을 담다.



내려가는 길은 계단 없는 벽돌로 잘 다듬어진 길이다. 그리고 좌편에 제주항을 끼고 절벽위로 난 길. 정말 비경이다. 사라봉의 힘듦을 다 잊는다. 제주시에 들어오는 분들이 가깝고 해서 가장 많이 찾는 올레길 코스가 18코스인데 정말 그럴만하다. 사라봉에서 별도봉까지 이어진 절벽길과 잘 만들어진 산책로는 알품이다.



화북동 작은 어촌마을을 지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해안길. 바람이 거세다.



오후 12:50에 삼양해변 중간 스탬프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물 한잔하다. 오름이 보이는데 오르지 않고 우편으로 끼고 해안가로 내려간다. 신촌옛길부터 이어진 해안길은 유채꽃, 하얀 이름 모를 꽃이 펼쳐지고 기암괴석과 파도를 즐길수 있는 절경이다.



오후 1:59, 3시간 23분 동안 15.60킬로를 걷고 점심을 먹다. 밖은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워 체온 떨어질까봐 준비해간 소시지나 간식을 밖에서 먹는 걸 포기하고 뜨끈한 국물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온 거다.


순대국은 평범했다. 국물은 맹탕 같았지만 내장은 많이 들어가 있다. 후추 듬뿍에 새우젖 추가하니 그나마 먹을만 하다.



점심 먹고 4킬로 남짓 남았다. 아주 서서히 나는 갈매기, 바람을 잘 타서 그런 거겠지. 비람을 어느 정도 이용하고 순응해야 저렇게 힘 안들이고 오래 떠 있는 거겠지.



오후 3:32 도착하다. 4시간 19분 동안 19.56킬로를 걷다. 올레 안내소가 돛처럼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3:53에 제주시 가는 버스를 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얏호. 버스 타자마자 도윤이는 존다. 짜슥. 그거하고 졸다니 ㅎㅎ


점심 순대국의 아쉬움을 달래려 내 단골 제주 연동의 국밥집으로 왔다. 혼자 올 땐 못시켰던 돼지 머릿고기 모듬안주를 드디어 시켜보다. 밖에 비는 내리고, 배는 불러오고, 술잔은 비워지고, 밤은 깊어간다.


P.S.

18코스는 제주 원도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제주에 머무른다면 접근성이 가장 좋고 돌아오기도 편하다. 그러면서도 오름, 절벽길, 산책길, 밭길, 해안길, 기암괴석과 파도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다. 가까운 18코스부터 올레길 한번 걸어본다면 올레길의 매력에 빠질거라 보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1 다시 찾은 올레 패스포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