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추리 Apr 16. 2021

21 다시 찾은 올레 패스포트

20210403

21 다시 찾은 올레 패스포트


올레 패스포트를 찾으러 16코스 출발점 올레 안내소로 왔다. 지난번 여기서 안내소 선생님과 얘기 나누다 스탬프잉크를 말리려고 패스포트를 펴두고 안내소에 두고 왔거든. 올레 선생님이 소중한 내 패스포트를 챙겨 주셨다. 5코스부터 걸어오면서 고생하며 찍은 스탬프들을 다시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며칠 전 여기서 머물며 지킴이 안내소 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놀멍 쉬멍 간세 뜻도 들었는데, 그래서 이번 브런치 매거진 제목도 ‘놀멍 쉬멍 올레길 걷기’로 정했는데. 많은 얘기를 나누며 조랑말을 형상화한 간세(간세다리에서 따온 말로 게으름뱅이를 뜻한다)의 의미도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 간세를 살까 말까 한참을 머뭇거리고도 사지 않았는데 그게 모두 다시 여기에 오게 만들려고 하늘이 점지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기필코 간세(조랑말) 모양의 배낭 걸이 인형을 샀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내 책 산티아고 순례기 ‘쫄지말고 떠나라’를 사인해서 드렸다. 현영선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커피도 타 주셔서 커피 마시며 더 얘기를 나누었다. 스탬프가 보관되어 있는 간세를 기부하려면 얼마나 드는지 여쭤보니 260만원 이란다. 올레길 다 걷고 기부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기부한다면 반드시 16코스 현영선 선생님 추천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참, 오늘은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하다. 제주는 동서남북 기후가 다 다르다고. 서쪽은 비가 조금 내리거나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반면, 동쪽은 비가 많이 오는 편이고, 서귀포/중문 쪽 남쪽은 좀 습하다고 한다. 그래서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서쪽 올레길은 적게 오니 걸을만하다네.



선생님과 16코스 올레 안내소 앞에서 사진도 하나 찍었다. 간세 기부할 때 다시 오기로 약속하면서 누님과 헤어졌다. 계속 이런 인연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현 AG인베스트먼트(내가 창업한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의 현재 회사명) 대표 범준이가 추천 대춘해장국으로 이동한다. 메뉴는 단 두 개, 해장국과 내장탕. 근데 해장은 왜 국이고 내장은 왜 탕일까. 국과 탕의 차이는 뭘까? 오늘은 왠지 '국'보다는 탕이 더 먹고 싶었다. 그래서 내장탕으로.  



국밥도 따로파 토렴파가 있다. 난 따로파이다. 깔끔한 국물을 절반 정도 즐기다 나중에 밥을 적당량 만다. 토렴은 밥 때문에 구수한 반면 국물의 상큼함이 덜하다. 밥알이 적당히 불고 양념 밴 밥의 맛은 따로국밥이 토렴국밥을 이기지 못한다. 각기 장점이 뚜렷하지만 깔끔한 국물이 난 더 낫다.  



대춘해장국은 절대 대충 끓이지 않는 것 같다. 양념 풀기 전의 국물은 약간 짭짜리하면서 맛이 깊다. 들깨가루와 마늘을 넣은 후 매운 양념을 섞은 후 국물은 이게 해장국이구나를 느끼게 한다. 곱창은 매우 적은 반면 깐양은 산더미로 들어가 있다. 깐양 좋아하는 와이프는 거의 환장할 맛일 듯. 와이프 제주 맛집 리스트에 한 곳 더 추가한다. 싹싹 바닥까지 다 비웠다.  


나오면서 주인장에게 국과 탕의 차이를 물어보니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그릇 차이가 아닐까 한다네. 그래서 네이버를 뒤져보니 탕은 한글 '국'의 한자어라 한다. 근본적인 뜻은 같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국은 국물이 좀 더 많은 반면 탕은 내용물이 더 많다. 설렁탕, 도가니탕, 해물탕을 보더라도 내용물을 더 강조하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서, 해장하는 용도는 국물을 더 강조해서 해장국으로, 내장탕은 내장이 듬뿍 들어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내장탕이라 하나 보다.  



집에서 쉬다 블록체인 미디어 디스트리트(https://www.dstreet.io/) 기자인 도윤이를 만나다. 어디로 델꼬 갈까 고민하다가 걸은 코스 중 인상 깊었던 14코스 중 월령 선인장 자생지와 협재해변 코스를 걸었다. 월령에 도착해선 선홍빛 백년초 선인장 주스도 마셨다. 상쾌함이 내 영혼도 정화시켜 주는 것 같다.


뭔가 고민이 있는지 제주로 와서 나를 찾은 도윤이. 그래, 자세한 얘기나 고민은 내일 올레길 같이 걸으며 나누면 되겠지. 내가 라인 있을 때 많이 도와준 고마운 후배인데.



바람은 거의 없고 보슬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한다. 야자수 숲을 지나 비양도 앞 협재해변을 걷는다. 배가 좀 고파서 지난번 갔던 '털보 협재밀'(순살갈치김밥이 유명)에 갔으나 문은 닫쳐있고. 음. 그래서 저번에 줄이 길어 못 들어간 '강식당'을 찾았다. 메뉴는 고기국수와 함박스테이크 두 개인데 둘 다 맛나다. 고기국수는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등뼈가 듬뿍 들어간 돈코츠 라면 느낌의 국수이다. 면발도 중면이 아닌 일본 라멘 면발이라 오히려 더 조화가 이뤄진 듯했다. 함박은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고기에 소스도 훌륭하다. 그래서 소스에 밥까지 말아먹었다. ‘털보 협재밀’에 이은 협재 맛집이다.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온다. 둘째가 눈이 많이 나빠져 안경 껴야 하는 수준인데 놀러만 다니지 말고 관심 좀 가지라고. 흑,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고맙다. 서울로 돌아가면 와이프에게 더 잘해야겠다. 그리고, 4월 중순 퇴직금 들어오면 와이프께 바쳐야겠다.   


그래도 오늘 7.5킬로를 걷다.

매거진의 이전글 20 이제 제주 원도심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