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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Apr 27. 2021

30 생참치를 해체하고 맛보다

20210412

30 생참치를 해체하고 맛보다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재즈와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다. 그리고, 라면에 만두 몇 개 넣어서 먹다. 아침으론 좀 과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오랜만에 오는 비라 반갑다. 덕분에 쉴 수 있다. ㅎㅎ 오늘은 먹는 날인가? 그동안 열심히 걸었으니 하루쯤은 먹으면서 보내지 뭐.  



급히 인감 날인해야 할 서류가 몇 개 있어 서류 처리 후 제주시 연동주민센터 들러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본을 발급받고, 그 서류를 제주 우체국에서 빠른 등기로 서울에 보냈다. 비로 운동화가 흥건히 젖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돈가스 집을 드디어 발견했다. 그래, 너무 돼지국밥만 먹었지. 튀긴 음식도 땡기긴 하더라구. 돈가쓰는 생각보다 두툼하고 양도 제법 되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먹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먹었다. 아침 먹은 지 2시간도 안되어 배가 제법 부르다.


오늘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참치 양식장에서 키운 생참치를 맛보는 날이다. 차를 몰고 위미로 향한다. 좀 전에 먹은 마지막 돈가스 한 조각이 계속 부담된다. 먹지 말껄. 흑.


비 오는 제주도는 운전이 조금 부담된다. 중산간 지역을 지날 때는 빗발도 굵어진다. 바람까지 몰아치니 차가 흔들린다. 천천히 운전하며 위미로 들어선다.



과친구 조은익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치어를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운지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위미항 4킬로 떨어진 깊은 바다의 수중 15 ~ 39m에 6800㎥ 규모의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하고 주 3-4회 정도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신선한 고등어를 먹이로 준다고 한다. 왜 위미냐고 물으니 이 지역이 제주에서도 수온이 가장 높고 조류 간만 및 태풍의 영향에서 가장 안전한 청정해역이라고 답해준다.



오늘은 37킬로 무게의 참치를 해체한다. 해체는 위미에 있는 나의 최애 횟집 '어느 멋진날'에서 이루어진다. 어제 바람이 많이 불어 50킬로 정도 나가는 큰 놈을 못 잡아서 좀 작은놈을 해체한다고 한다. 작살로 잡아 수중에서 꼬리를 잘라 피를 빼고 내장을 제거한 후 오늘 해체하면서 나를 불러준 것이다. 시속 20-30킬로 달리는 참치의 아가미 부위에 정확히 맞춰야 횟감의 손상이 적다네. 정확히 맞추는 것도 기술이다. 이번에 잡힌 참치도 보니 아가미에 정확하게 꽂혔다.


[작살로 참치 잡는 모습]


참치를 잘 닦은 후 배를 먼저 가른다. 내장을 양식장에서 제거한 후라 피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두꺼운 껍질을 제거한다. 안에 용 비늘 같은 것이 숨어있다. 신비롭다. 참치 대가리를 잘라내니 속살이 드러난다. 대가리 제거 후 지느러미를 자른다.  


참치 배가르기
참치 대가리 분리


보통 오로시는 [배-등-등-배] 순서인데 참치는 [배-중간 배-등-아랫배] 순서로 진행된다. 아무래도 몸통이 커서 그런 듯. 참치 해체를 눈 앞에서 보면서 사진도 동영상도 맘껏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친구 은익이와 해체를 직접 해주신 김진태 이사님께 감사드린다.



등과 중간 배를 갈라서 잘라낸 덩어리가 나온다. 크기도 크기지만 뽀얀 속살이 이쁘다. 아랫배 덩어리도 제거하니 옆에 계신 직원분이 숟가락으로 갈빗살을 긁으신다. 저 부드러운 갈빗살도 곧 내 입으로 들어가겠지. 음하하.


참치 덩어리 분리하기
갈빗살 긁어내기


오늘은 윗 덩어리만 해체한다. 회 전문 O2O 서비스 '오늘회'에 샘플로 보내서 온라인 판매를 테스트해보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잘라진 덩어리를 크게 3등분 한 후 길쭉한 블록 모양으로 잘라서 곱게 쌓아 둔다. 그리고, 오늘 먹을 참치를 즉석에서 잘라 주신다.



참치집에서도 먹기 어려운 울대살은 쫄깃했고, 아가미살은 넘나 부드러웠다. 울대살은 가두리에서 참치를 잡았는데 너무 배고파서 한번 잘라서 먹어봤더니 넘 맛나서 그때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김진태 이사님이 말씀해 주신다.  



모든 부위가 전혀 비라지 않고 부드럽다. 이거 먹어보면 앞으로 냉동참치는 못 먹을 것 같다. 숟가락으로 긁어낸 갈빗살 무침도 자투리 싼 느낌의 맛이 안 나고 아주 고급진 육회 맛이 난다. 기분 좋은 산미도 강하게 올라온다. 그리고, 갈빗대 구이까지 해주신다. 그래도, 밥심이라고 '어느 멋진날' 이모님이 생선 뼛국도 해주신다. 흑, 감동.  


이 모든 과정을 제주시 외도에서 '미미 이자카야'를 하는 임두현 사장님과 함께 했다. 임사장님은 참치 해체가 로망인 분인데 김진태 이사님이 오늘 특별히 초대해 주셨다. 그분도 먹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생참치로 친해진 임사장님 이자카야는 조만간 꼭 한번 가야겠다.  


점심을 먹고 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힘들었다면 최소한 마지막 돈가스 한 조각은 먹지 말았어야 했다. 배가 불러서 더 못 먹은 게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도, 썰어 주신 참치는 다 먹었다. 어떻게 남길 수 있겠는가? 제주 와서 19일 동안 걸으며 빠진 살 오늘 다 되돌려 받았다. ㅎㅎ


위미 '어느 멋진날'을 나선다. 비는 조금 줄어들었다. 오후 6시 오피스 제주에서 이장님(양석원)을 뵙기로 했다. 함덕 '돌고집우럭'으로 예약해 두셨다는데 프라이머 1기 출신 개발자도 한 명 합석해도 되는지 물으신다. 당연된다. 이장님을 픽업해서 그렇게 세명은 함덕에서 만난다. 만나서 그 개발자로부터 연락처를 받는데 이름이 저장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한 십 년도 전 프라이머 1기 데모데이에서 만났었을 듯. 세상 좁다.  


우럭 조림


이장님은 싸이월드 기획자, D.Camp 초창기 때 팀장 하시고 새로운 기술이나 흐름에 빠르신 분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유 오피스 개념도 처음 도입하시고, 현재 최고의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프라이머도 초기에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다. 이장님이 만든 공유 오피스 코업에서 2011년 12월 쫄투 유튜브 방송(쫄지말고 투자하라)도 시작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


초기에 쫄투 출연한 창업자들 면모를 보면 화려하다. 유니콘도 많이 나왔다. 쫄투 파일롯(0회)으로 찍은 편에선 현재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가, 1회에선 번개장터 장영석 이사, 3회에 쏘카의 박재욱 대표, 5회에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가 출연했었다. 5회까지 6개 스타트업 중 절반인 3개가 유니콘이다. 그 쫄투를 기획하고 초기에 섭외해 주신 분이 이장님이다. 지금은 디지털 노마드를 몸소 실현하며 자유학교 (한국형 폴케호이스콜레) 교육과 각종 스타트업 단체에 도움을 주고 계신다. 내가 존경하는 분인데 제주에 일 있어 왔다 내 페북보고 연락해서 만든 자리이다. 감사드린다. 


박훈준, 이 친구는 낚시하는 개발자이다. 오히려 낚시가 주업이고 개발이 부업이다. 제주에 7년 정도 살면서 낚시에 빠졌다고 하는데 제주의 낚시 포인트는 구글 지도에 빼곡하게 표시되어 있다. 이 친구 왈, 낚시하다 여기 멋진데 하면 다 올레길이었다고 한다. 그래 올레길이 다 그런 곳을 지나지.  


비가 와서 좋은 날도 있다. 생참치도 먹고 좋은 분들도 만나고. 그래, 비 올 때는 놀멍 쉬멍 해야지. 그게 올레길이고 그게 인생길 아닌가?


P.S.

위미에 있는 '어느 멋진날' 예약은 김진태 사장님(010.6380.9582)에게 연락하면 된다. 물으시는 분들이 좀 있으셔서 연락처 남긴다. 승종 형님도 내려오면 날 잡아서 생참치 한마리 잡아야 겠다. ㅎㅎ


#생참치 #어느멋진날_위미 #생참치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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