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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예진 Nov 08. 2024

6. 육아 신문물

삼십 년 전 내가 아기를 키울 때와 다른 최고의 육아 신문물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중고거래 앱인 '당근'일 것이다. 우리 때는 주위에서 물려받고 물려주는 건 흔했지만 지금처럼 활발하게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시절이 아니었으니 예상하지 못했던 세상이다. 당근이 육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 기한이 짧은 육아물품이 당근거래에 가장 활발한한 것은 어쩔 수없다.


유튜브 채널인 너덜트에서 95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당근 거래는 아빠들이 장난감 활세트를 거래하는 내용이다. 아내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같은 남편 둘이 장난감 활을 들고 시시콜콜 묻고 답하는 내용은 아빠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댓글에는 초점 없는 아빠들의 눈, 예의는 차리지만 의지는 없는 대화, 귀찮은 표정 하지만 공손하게... 등등의 말들로 현실고증을 칭찬했다. 그만큼 아기 키우는 집에서는 당근을 많이 하고 그 당근거래는 아빠들의 몫이라는 말이다.


딸의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기가  찾아오고 배가 불러오자 당근앱이 활성화되었다. 제일 먼저 당근앱을 통해서 산 것은 사용기한이 정말 짧기로 유명한 아기 침대였다.



신생아용 침대를 당근에서 만원 주고 산 딸은 득템 했다며 자랑했다. 이후에 쓸 범퍼 침대는 새 상품으로 구입했다. 요즘은 저런 범퍼침대라는 것을 사는구나 싶었다. 실물로 본 침대는 초등학생 때까지는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이었다. 이후에 이 침대에서 딸이 아기를 데리고 자는 모습을 보니 침대는 꽤 넓구나 싶었다.


그 외에도 당근에서 구입한 기저귀 갈이대는 허리를 굽히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아주 실용적으로 보였다. 기저귀 전용 자동포장 쓰레기통이며 분유제조기, 설치 금액에 입이 벌어졌던 거실 층간소음 방지용 매트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소창 기저귀로 아이를 키운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 외출 시에만 종이 기저귀를 썼고 집에서는 소창 기저귀를 쓰면서 자주 삶지도 않고 대충 털어서 세탁기에 돌렸다. 아기 옷과 어른 옷을 구분해서 빨지도 않았는데 별 탈없이 아기를 키웠다. 한마디로 나 때는 그렇게 대충 해도 되더라 말하고 싶지만 그건 쉿!


비싸고 좋은 신문물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내가 가장 흥미 있었던 건 의외로 소박한 것이었다.



세면대에 설치한 아기 비데. 아기가 똥을 싸면 재빨리 세면대로 데려가 씻기는데 이 앙증맞은 비데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들여다봤다. 푹신한 시트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노즐이 신기했다.


하지만 이런 신문물보다 가장 특이한 건 삼십 년 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터미 타임'이라는 것이다.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어놓으면 아기는 목에 힘을 주고 끙끙거리며 버틴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아기의 터미타임 사진을 받은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한 달도 안 된 아기가 어떻게 목을 가누며 엎드려있지?' 이거 정말 문화적 충격이었다.


터미 타임


예전에는 아기가 혼자 뒤집은 다음에야 가능하던 포즈가 이제는 한 달도 안 된 아기한테서 나오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목 근육 강화를 위해 아기 컨디션이 좋을 때면 터미 타임을 가진다고 한다. 이제 엎드린 아기를 보며 어이쿠 너도 벌써 운동하느라 고생이구나 싶다.  사진 속에 아기는 점점 터미 타임에 익숙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웃음을 터트렸던 신문물은 목튜브다. 다들 알다시피 아기들은 뱃속에서 양수에 떠 있기 때문에 신생아시절에 물에 넣으면 본능적으로 수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 없이 아기를 물속에 풍덩 집어넣을 만큼 용감한 부모는 없다.


양수 속에서의 추억을 떠올려 편안히 있을 수 있지만 안전하게 물을 즐기기 위해 나온 신문물이 목튜브다.



욕조에서 목튜브를 한채 둥둥 떠 있는 아기 모습을 보면 다들 웃음을 터트린다. 동영상 속에서 아기를 보며 웃는 딸부부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 귀를 기울였다. 눈앞에 아기도 좋지만 아기를  보고 웃고 있는 젊은 부부의 웃음이 몹시 달콤해서 귀가 간질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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