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할머니가 되었다'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백일정도까지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6개월을 넘겼습니다. 할머니가 된 기쁨을 표현하는 걸 백일에서 멈추기에는 너무 컸나 봅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저는 무언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어려서는 심각한 쿨병이 있어서 세상을 팔짱 끼고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제 사전에 '열렬히'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마음속에 열렬히 가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부끄러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제 마음의 담장을 이 작은 아기가 무너트려주었습니다. 아기를 마음껏 사랑하면서 제가 그동안 가졌던 부끄러워서 쿨한 척하던 마음을 던져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아기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던 것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기에게 무장해제가 되자 세상에도 같이 무장해제되었습니다.
기꺼이 사랑하고 사랑 후에 오는 것들도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인생 후반전은 할머니가 되는 것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전반전과는 다른 재미가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한 나를 칭찬하며 다시금 힘을 내서 새로운 필드를 뛰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힘이 났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도 언제나 평화가 함께하기를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