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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돌찬치

by 은예진

민석과 선아가 한복을 입고 쌍둥이 두 아이를 뒤치다꺼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쌍둥이는 키우기도 힘들지만 돌잔치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완과 진 형제는 어찌나 부산스러운지 한시도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았다.


돌잔치 진행을 맡은 개그맨은 완과 진의 돌잡이를 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두 녀석 모두 엉뚱하게도 진행자의 마이크를 탐내며 울어댔다. 결국 돌잡이는 진행자의 마이크를 잡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무래도 우리 완이와 진이는 방송인이 될 모양입니다. 여기에 참석하신 대부분의 방송인 여러분 완이와 진이 잘 기억해 두세요.”


쌍둥이 둘을 키우느라 얼굴이 반쪽이 된 선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완이 진이 돌 축하해요.”


우혁의 팔짱을 끼고 들어선 서아가 두 아이를 한 번씩 안아주며 축하 인사를 했다. 평소에 자주 봐서 그런지 아이들은 서아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하여튼 우리 애들이 벌써부터 미인을 밝혀요.”


민석이 서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진이를 받아 안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신생아실에서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이라니 신기하다.”


우혁이 두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민석이 주변을 살피더니 우혁을 향해 조그맣게 속삭였다.


“오늘이라며?”

“응, 여기 행사 끝나고 갈 거야.”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으니 잘할 수 있겠지?”


우혁이 입술을 꽉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결심한 일인데.”


민석은 말 대신 우혁을 껴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때 무슨 일인지 완과 진이 동시에 울음을 터트렸다.


“어이쿠, 저 녀석들이 또 왜 저러냐. 하여튼 저놈들이 태어나고 나서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요.”


민석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을 향해 뛰어갔다.

이벤트가 시작되자 서아가 우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곤거렸다.


“우리는 이만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우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서아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서아야, 준비됐니?”


서아가 축축하게 젖은 손을 문지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우리도 이제 엄마 아빠가 되러 가볼까?”


우혁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두 사람이 재결합하고 오 년이 지났다. 이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두 사람 모두 산부인과 검사를 했다. 검사를 통해 서아의 한쪽 나팔관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불임치료를 위해 인공 수정을 두 번 했지만 실패했다.


의사는 두 번 정도는 기본이라고 했지만 우혁은 서아가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서아는 계속하고 싶어 했지만 우혁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중단한 상태였다.


서아는 디저트 카페를 확장해서 부암동 최고의 명소로 만들었다. 우혁도 서아와 재결합하고 안정되면서 연기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문제없었다. 그럼에도 원하는 아이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살얼음판에 서 있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그때 우연히 우혁이 입양기관에서 아기들과 화보를 찍게 되었다. 우혁은 서아가 혹여 라도 상처를 입을까 봐 아기들과 화보를 찍은 사실조차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서아가 모를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우혁이 상의를 탈의한 채 발가벗은 아기를 가슴에 껴안은 사진을 본 서아는 숨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서아의 말에 우혁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길 잃은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게 그러니까.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상처받을까 봐 말하지 못했겠지.’


우혁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무슨 말을 해도 서아의 심정에 도움 될 게 없을 것만 같았다. 서아도 우혁도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그 사진을 머리에서 털어낼 수 없었다. 우혁은 자신의 품에 안겼던 그 보드랍고 연약한 생명체가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서아는 아이를 안고 있는 우혁의 눈빛을 보며 결정을 내렸다.


말을 꺼내기는 어려웠지만 일단 이야기가 나오자 쉽게 결정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부모가 되건 부모는 둘이 같이 마음을 합쳐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입양 신청을 하고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오늘 아기를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입양 기관 주차장에 들어선 두 사람은 쉽게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우혁이 먼저 서아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우리 잘할 수 있겠지? 나는 우리 아이 잘 키울 자신 있는데 이게 자신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겠지?”


서아가 손바닥으로 우혁의 뺨에서 턱 선을 따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아는 한 강우혁은 아빠가 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야. 우리, 잘할 수 있을 거야.”


서아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으며 우혁은 그녀가 정말 엄마답다고 생각했다. 우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며 자신이 있다가 없다가 했지만 서아는 마치 자기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그들에게 올 아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손을 꼭 잡은 엄마 아빠가 입양 기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디선가 베이비파우더 향이 나는 것만 같았다.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서자 담당 직원이 팔을 벌려 그들을 환영했다.


“아기가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지금 막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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