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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Oct 27. 2022

모든 전문가의 말이 당신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저탄고지와 단백질 신화

당신이 다이어트를 그만두든, 그만두지 못해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든,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사람 몸은 다 다르다는 것. 누군가에게 잘 맞는 것이 나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책이나 매체에서 좋다고 나온 것을 무작정 오랜 기간 따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좋은 규칙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책이나 기사에서는 너무 확신에 차서 식단을 제안한다. 나는 그것을 따라하다가 몸을 망쳤고, 한 번 망친 몸은 솔직히 원래 수준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보는건 괜찮다. 그러나 그 방법이 내 몸과 안맞다고 느끼면 그만해야 한다. ‘전문가가 이야기했어.’ ‘이렇게 해야 좋댔어.’ 하면서 안 맞는 것을 계속 따라하면 안된다. 가장 정확한 것은 당신의 몸이 보이는 반응이다. 저자가 제시한 수치나 연구결과보다 당신 몸이 내는 소리가 당신에겐 더 정확하다.


앞에서 여러번 말했듯이 나는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고기와 채소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했다. 한마디로 저탄고지다. 물론 밥 말고 빵과 과자는 자주 먹어서 진정한 저탄고지가 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내 식단을 그렇게 구성하려고 애를 썼다. 먹든 안 먹든 닭가슴살과 단백질 분말이 항상 구비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은 것은 만성변비, 만성 피부병, 자가면역질환의 기운, 야금야금 높아지는 몸무게였다. 


몸무게가 높아지는 것은 폭식과 절식 때문이고, 나머지는 동물성 단백질을 내게 필요한 양보다 많이 먹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원래 변비가 없던 사람이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밥을 안먹기 시작하면서, 단백질을 일부러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변비가 생겼다. 한식을 먹을 땐 찬만 먹고, 저녁에도 고기와 채소 위주로 먹으려 했다. 절식 때는 닭가슴살이나 단백질 파우더 쉐이크를 먹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1년 정도 했을 때도 몸이 안 좋다고 느꼈는데 왜 이런걸 5년 넘게 했는지 모르겠다.

 

왜긴 왜야. 다이어트는 무조건 저탄고지니까 그런 것이다. 

이것은 진리였기에 나는 내 몸의 반응을 들을새도 없이 이것을 계속 한 것이다. 피부는 뒤집어져서 때때로 대인기피증에 걸릴 정도로 심해졌고, 병원에서는 자가면역질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다. 


이 모든 문제는 밥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이전의 식습관을 돌이켜보면 나는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고기반찬, 나물반찬을 더 많이 먹었다. 지금은 밥을 함께 먹기에 반찬을 예전보다 훨씬 덜 먹는다. 즉 밥을 먹으니 단백질과 조미료를 덜 먹게 된 것이다. 


나는 단백질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기를 많이 먹어도 나같은 증상이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내 체질에는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단백질 신화가 너무나 공고하여 모두에게 적용되는 절대적 진리처럼 떠받들어진다는데 있다. 


인터넷에 정보를 검색하면 몸무게를 g으로 한만큼의 단백질을 먹으라고 한다. 60kg이면 60g먹으라는 것이다. 어떤 책에서는 운동하고 살뺄거면 1.5배를 먹으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 양은 내 몸에는 많은 양이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양인데, 나는 단백질 신화에 갇혀 나와 맞지도 않게 많이 먹은 것이다. 


내가 음식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알게된 사실은 저자들이 각각 반대의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온갖 대학의 연구결과, 실험, 통계 등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가져오는 자료들이 만만치 않고 전문적이며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장은 서로 극단에 있다 ㅎㅎ 무엇을 믿어야 하죠? 그래서 난 무엇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참고는 하되, 맹신하지 않고, 좋아보이면 하되, 해보고 안 맞으면 버려야 한다는걸 깨달았다. 


(칼로리의 거짓말) 이라는 책에서는 시금치와 단백질 분말을 넣고 그린스무디를 먹을 것을 추천했다. 저자는 이것이 아주 SANE한 식단이라고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먹기 귀찮을지 모르지만 일주일 정도 먹고 나면 자신의 몸과 기분이 달라지며 그린스무디에 푹 빠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신뢰가 가서 매일은 아니어도 2달 정도 그린스무디를 먹었다. 그런데 그린스무디에 빠지기는 커녕 배탈이 나고 먹고나면 항상 속이 좋지 않았다. 괜찮다. 이미 지난 일인데. 다만 나의 의문은 이것이다. 일주일 안에도 충분히 느낀 감각인데 왜 두달이나 했을까? 


나는 저자가 푹풍처럼 쏟아내는 자료들, 사례들, 연구결과들을 그냥 맹신했다. 내 몸의 소리를 듣기보다 좋다고 너무 확신에 차서 말하니까 믿은 것이다. 결국은 배탈이 심해져 그만두었다. 


그러다 나중에 읽은 (최강의 식사) 라는 책에서는 시금치, 케일, 근대 등의 생채소를 스무디로 먹는 것을 추천하지 않았다. 옥살산염이라는 항영양소가 칼슘과 결합하여 체내에 쌓이면 근육통 및 신장 결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속이 안 좋았던 것은 아마 옥살산염보다는 단백질 분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몇년간 먹었으면 정말 옥살산염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두 저자 중 누가 맞고 틀린가? 아무도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다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또 서양인 저자들이 지은 책에는 생채소가 영양소 파괴가 적으니 열을 가하지 말고 먹을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는 체질별로 다른 얘기를 한다. 소음인은 몸이 냉하니 생채소보다 데치고 간을 적절히 한 나물을 먹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게 더 좋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간을 적절히 한 데친 나물이 훨씬 잘 맞았다. 내 몸에는 생채소의 온전한 영양소를 공급받는 장점보다는 속이 쓰리고 몸이 냉해지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컸던 것이다.


가장 치열한 전장은 역시 탄수화물파와 단백질파이다. 

단백질파는 단백질을 찬양하고, 그 중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이 최고라고 외치며 다이어트 한다면 분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100g씩 먹으라고 한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섭취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근거를 하나씩 논박해주기도 한다. 


탄수화물파 학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단백질 신화를 비판하며 그것이 축산업계와 결탁되어 있으며, 고기를 많이 먹었을 때 사람들의 갖게 되는 질병과 대사과정을 나열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의견엔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고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측면에서 단점이 있을 수 있는데 기사나 책에서 그것을 함께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든 몸에 다 맞는 정보는 없다. 각자의 몸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따라가자. 


그러니 이 사회에 널리 퍼진 식이와 운동에 관한 이념들을 맹신하지 말자. 나는 내 경험의 소리보다 이 정보들을 더 신뢰했다. 뉴스에 나왔고, 전문가가 이야기했고, 책을 쓴 저자가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모두 근거를 들고 수치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의 몸도 같지 않고, 연구결과도 변인통제에 따라 조작이 가능하다. 


지금 당신을 얽매이고 있는 식이 규칙들은 어쩌면 옳지 않거나, 효과가 없거나, 당신과 맞지 않는데도 괜히 힘들게 지키는 것일 수도 있다. 조금 마음을 내려놓자. 100점 맞으려고 하지 말자. 왜냐하면 더 망칠 테니까. 그리고 모두에게 확실한 지식은 없다. 내 전용 영양사를 고용할 수 없는 처지라면 적당히 골고루 먹고 사는게 낫다. 하나에 치우쳤는데 그게 답이 아니었으면 어쩌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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