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차피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98%에 달하는 실패율과 수없이 많은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들, 그리고 내 경험과 당신의 경험이다.
2. 타고난 몸의 항상성을 바꾸기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공할 수도 있지만 성공율은 2%~5%이내이고 지속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원래 마름이들이 있고 통통이들이 있다. 내가 통통이라면 안타깝지만...어쩔 수 없다. 내 몸은 계속 이걸 유지하려고 하니까. 안타깝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는걸 권장한다.
왜? 어차피 실패할거라니까!
3. 안될거 붙들고 시간 에너지 돈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걸로 다른 일을 하면 당신은 좀 더 나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최소한 좀 더 재밌는 인생이 될 것이다. 안되는데 될 것처럼 말하는 것들도 다 상술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돈을 더 낭비해보면 된다.
4. 날씬해지려는 강박적 욕망은 건강하지 않다. 날씬해지려는 욕망을 탐색해보면 그것의 기원을 발견하게 된다. 욕망이 강할수록 자존감은오히려 낮아진다. 날씬하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하찮게 여길테니까.
5. 혹시 잠깐 당신이 날씬해졌다 해도 얻는 것은 딱히 없다.
얻었다고 해도 당신이 진짜 원한 것이랑은 거리가 멀다. 날씬함은 그 자체로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것인 냥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억울한 일이다. 적어보길 권한다. 무엇이 달라질지. 그리고 그게 진짜 당신의 에너지 체력 정신력 돈 시간을 쓸만큼 가치있는지.
그러니 한 번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보자. 그만두어보자. 때려치워보자.
그러나 그 전에,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것도 종류가 있다.
나는 예전에 다이어트 하지 말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요지는 다이어트를 그만두면 오히려 살이 빠진다는 것이었다. 나의 다이어트 그만두기 첫 시도는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그 때 나는 실패했다. 즉 나는 다이어트를 그만둘 수 없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나는 아직 술취한 코끼리를 길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다이어트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이어트를 그만두어야만 살이 빠진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살을 빼기 위함이었다. 이 때 나는 코끼리같은 내 욕망을 버리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날씬한 여자가 되어야했고, 그 방법의 하나로 다이어트를 안 하기로 한 것이다.
그만두지 못했으니 난 책에서 말한 것처럼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 날씬해져야 한다는 강박은 여전했기에, 나의 이상심리와 칼로리 집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다른 다이어트 방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다이어트라는 행위에 완전히 소진된 후에야 욕망을 내려놓았다. 주체적으로 욕망을 버렸다기보다 일상이 버거워서 버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완전 진저리를 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나는 날씬해지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다이어트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때려쳤다. 살이 찌든 말든 이제 안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간 몸무게를 재지 않았고, 칼로리도 계산하지 않았다. 일단 숫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운동도 내킬 때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다이어트 관련된 규칙들을 다 *까기로 했으니까. 탄수화물이 살찐다는 온 매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밥을 잘 먹었다.
그런데 그 몇개월 동안 거울 속의 나는 특별히 이전과 달라진게 없어 보였다. 몸무게를 재지 않았지만 아마 비슷할 것 같았다. 예전에는 1kg내외로 나는 차이에도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밥먹은 직후와 공복 때 1kg차이는 난다는 걸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6개월 쯤 후 나는 체중계에 올라섰다. 그 사이에는 내가 숫자에 집착할까봐 일부러 체중계를 버렸었다. 체중은 다이어트를 그만두기 전보다 3kg 가량이 빠져있었다. 예전에는 2kg 빼기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렇게 다 때려쳐버리니까 빠져있다니. 현재까지 내 몸무게는 거의 비슷하다. 예전에는 살이 빠져도 언제나 돌아오곤 했었는데 이제는 유지어터도 성공중이다.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는 살찌는 음식을 많이 먹고 폭식과 절식을 오가서이다. 그런데 폭식은 “이거 하면 안돼.”에서 비롯된 반동작용이다. 하지 말라고 할수록 하고 싶어지는게 사람 심리다. 00하지 않기는 오히려 00을 더 생각나게 한다는 측면에서 완전 잘못된 방법이다. 그래서 음식집착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게 되는 것이 진짜 자유다. 그리고 의식하지 않는 것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첫번째 그만두기 시도는 집착을 그대로 둔 채 방법의 일환으로만 그만두려고 했기에 실패했다.
그러나 마지막 그만두기는 단지 방법의 일환이 아니었다. 그것은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것이었다. 즉 다이어트 그만두기가 진심이 되었을 때 나의 이상심리와 음식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그 결과 오랜 기간 편안하게 정크푸드를 덜 먹고 폭식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살이 빠진다. 3개월 동안 10kg빼고 6개월동안 다시 찌면 뭐하는가. 6개월동안 3kg이 수고없이 빠지는게 낫다.
물론 당신이 다이어트를 그만두어도 살이 안 빠질 수도, 당신의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나도 3kg 정도 빠졌을 뿐이다. 우리의 몸은 각자 다르고, 체질도 다 다를 것이니까. 하지만 진짜로 그만둘 수 있다면, 당신에게 맞는 건강한 몸이 당신에게 올 것이다. 음식 집착과 폭식의 늪에서 헤어나는 것으로도 큰 성과가 아닌가. 당신의 몸은 사회에서 찬양하는 것과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말했듯이 어차피 실패한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아주 강력한 힘이다. 당신의 몸을 믿고 존중해주면 몸은 이상 심리에서 비롯된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돌려놓는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것이 빠른 길이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소중하게 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