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요일
강아지 때문에 자꾸 3시에 잠이 깬다. 이왕 이렇게 된거 시간을 좀 앞당겨야 되나. 오늘도 팔배게 형벌을 가해준 뒤 4시 40분 쯤에 자리에서 일어나 '영양제'로 일곱째 날 루틴을 시작한다. 우와 그래도 7일이라니. 잘했다. 잘했어 나 자신.
어제 하루종일 푹푹 찌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날이 무척 덥다. 물기 가득 머금은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썩 좋지 않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덜 아프다고 오늘은 운동기구 쪽으로 먼저 향했다. 역기 올리기와 내리기를 하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처음보다는 훨씬 덜 힘든 느낌이다. 내 기준 '완전 수'인 10개를 채우고도 한 몇 개쯤 더 해본다.
크게 돌아서 오르막길로 향하는데 도로변이라 버스정류장을 여러 개 지나게 된다. 이 새벽에 줄이라도 서 있는 것처럼 길을 따라 약 1m 간격으로 나란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앞을 지나가야만 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괜스레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사부작거리는 땀복 소리도 그렇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흐르는 땀도 그렇고 누구에게든 그닥 보이고 싶은 몰골이 아니다. 야, 아무도 너 신경 안써.
근래 다시금 내면을 들여다 보기 시작하자 막혀 있던 생각들이 봇물터지듯이 흘러 넘치는 게 머릿속이 복잡하다. 자아분열이 일어날 지경이다. 누가 그랬는가. 걷다 보면 생각이 없더진다고!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분명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없어지진 않는다.
참, 오늘 아주 불쾌한 장면을 보았다. 도로변 산책로에는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보니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옆으로 조금씩 옮길 때가 있다. '저는 이쪽으로 갈테니 당신은 그쪽으로 가세요.' 무언의 깜빡이라고 할까나.
저 멀리서 두 명의 아저씨가 한 분은 길의 왼쪽 끝, 또 다른 한 분은 중간쯤에서 간격을 두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일찌감치 미리 오른쪽 끝으로 자리를 잡고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길 중간쯤 걷고 있던 아저씨가 난데없이 오른쪽 수풀 속으로 자취를 감쳤다. 잉? 막혀 있는 곳인데? 담을 넘으시려나?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그래도 도로변인데... 예전에 전철역 깊숙한 곳 구석탱이에서 본 광경이 떠올랐다. 아저씨가 사라진 쪽과 점점 가까워진다. 젠장, 내가 생각한 게 맞나보다.
희미하게 물줄기 소리(우웩)가 들리는 것 같아서 일부러 땀복을 유난히 사부작 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걸었다. 혹시 이상한 사람이라서 괜히 시비라도 걸릴까봐 무섭기도 했다. 이런 걸 피해의식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못본 척, 모른 척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나 말고도 길가에 사람들이 제법 다니는데, 정말 왜 저럴까. 엄연히 버스가 다니는 길가에 주변에 학교도 가깝게 있는데 나무 뒤나 수풀 아래로 깊숙히 숨으려는 성의조차 없었다. 불쾌함과 혐오감이 뒤섞여 인상을 한껏 찌푸리다가,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한다는 것 역시 옳지 않다는 생각에 그저 나의 불운함을 탓한다.
오늘은 일주일을 넘겼다는 사실에 기쁨을 취해 본다. 매일 새벽 5시 쯤 걷기를 7일째라니. 실감이 날랑말랑한 기분이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 되고 나니 새벽 운동의 묘미를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대부분이 잠들어 있는 고요한 새벽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서 몸으로 마음으로 '나'를 인식하는 시간. 적어도 그 시간은 온전히 '나'에 집중하게 된다. 그냥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 일상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며 사는 순간이랄까.
요즘 좀 횡설수설이 심하다. 생각에도 근육이 있는지, 너무 오랫동안 멈춰 있어서 딱딱하게 굳은 느낌이다. 21일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X) 깨우는(O) 기간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