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05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종아리가 당기고 발목은 시큰거리고 허리는 뻐근하니 '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속으로 '21 빼기 5는 16, 젠장... 16일... 오마이갓...'을 외쳤다. 금방 전에는 21일이라 다행이라더니... 오르막길을 만나자 16일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착잡해졌다. 못할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은근슬쩍 운동기구가 있는 길을 피해간다. 그래도 양심상 계단을 한 코스 더 넣어본다. 양심? 내 마음대로 하는건데 웬 책망? 야 그래도 인간적으로 좀 그렇잖아. 뭐가 좀 그래? 새벽부터 나와서 걷는 게 어디야. 오늘도 내 안에서 내 생각들이 마구 싸운다.
오늘도 다글로를 켜고 중얼중얼 녹음을 했는데 거의 다 의문형이었다. 온통 물음표 투성이. 중간중간 '귀찮아'도 많이 보인다.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귀찮아'와 '하기 싫어'를 마음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뭐가 귀찮고 왜 싫은지, 정말 귀찮은건지 진짜 싫은건지 모른채 그냥 습관적으로...
나 이걸 왜 하고 있는걸까? 뭘 하고 싶은걸까? 걷고 기록해서 뭘 어쩌겠다고? 사실 잘 모르겠다. 나의 진짜 마음을... 너무 오랫동안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런걸까? 오늘은 유독 생각이 더 복잡하다.
일단 걷다 보니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고 싶다. 나도 어렵고 삶도 어렵고 사는 건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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