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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Jun 18. 2024

열셋째 날 | 가랑이를 조심하세요

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13


2024년 6월 17일 월요일



13, 십삼, 열셋!!! 어느새 열셋째 날이라는 게 뭔가 신기하다. 아니 그보다 모처럼 4시 20분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4시쯤 일어나 알람을 기다리고 있는 나란 사람이 더 신기하다.


결국 10분쯤 일어나 알람을 끄고 그냥 느긋하게 준비한다. 일단 강아지 영양제 챙겨주고 화장실 갔다가 옷 갈아입기 전에 잠깐 멍 때리는 정도? '멍'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 그랬다가는 멍 때리는 나 자신을 무자비하게 비난했을 것이다.



의도한 대로 30분 넘어 집을 나선다. 하늘이 딱 좋다. 크~ 그래, 이 정도 거무스름한 느낌이어야지! 자홍빛? 다홍빛? 어쨌든 예쁨.


아직은 해가 저만치 아래에서 올라오려고 드릉드릉 시동 걸고 있는 딱 그 느낌일 때가 좋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임스탬프를 찍었다. 무작정 걷기라지만 매번 동선을 다르게 다니려고 은근히 고민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코스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운동기구가 있는 라인을 지나가려면 종종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계단 내려가는 건 관절에 무리가 간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아가지고) 게다가 내 체중을 생각하면 특히 발목에 엄청 타격이 클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올바른 자세로 내려가려고 노력한다. 근데 이게 맞는 자세인지는 잘 모르겠다.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 도착하면 자동적으로 역기 올리기부터 시작한다. 아직 나에게는 2세트가 기본인가 보다. 3세트를 할 때면 거친 숨을 뱉느라 숫자를 세기가 힘들 지경이다.


하나 - 둘 - 셋 - 네엣 - 다아섯 (여기까지는 버틸만하다)

- 여어~섯 - 이이일~고옵 - 여어어억~어더얿 - 아악아~~~호오옵 - 으여~~~~~~~어어얼!


반면에 역기 내리기는 비교적 수월해서 3세트를 금방 해낸다. 바로 구름 걷기와 쭉쭉이로 넘어간다. 열심히 쭉쭉이를 하는데 뭔가 북- 찌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차라리 방귀면 다행인데 그게 아니라 바지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다. 다리에 땀이 나면서 달라붙은 땀복 바지가 구름 걷기에서는 버텨주다가 쭉쭉이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랑이 부분이 그만 터져버렸다. (구름 걷기는 앞 뒤로 다리를 찢는 거라면, 쭉쭉이는 양 옆으로 다리를 찢는 기구이다.)


이 정도면 쭉쭉이 위에 '가랑이를 조심하세요' 문구라도 붙여놔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하하하.. 그래도 다행히 땀복 상의가 엉덩이를 덮는 기장이라서 집에 가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듯하다.



여러분! 쭉쭉이 할 때는 가랑이를 조심하세요!









걷기를 시작하고 첫째 날인가 둘째 날에는 고양이가 꽤 많이 보였는데, 한동안 잘 안 보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운동기구가 있는 곳 아래쪽 풀숲에서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 신나게 뛰 당기며 노는 모습을 보았다. 헉헉- 냐옹미야옹- 나는 나름 운동한다고 헉헉대고 쟤들은 논다고 냥냥거렸다. 서로 숨었다가 쫒았다가 만나면 반갑다고? 냥냥펀치를 날렸다가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하루종일 쟤네만 보고 있어도 심심하지가 않을 것 같다.




잠깐 다른 기구를 하느라 뒤로 돌아 있었더니 어느새 다른 데로 가버렸는지 보였다. 기구 운동을 끝내고 아래쪽 길가로 내려가니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마리를 찾을 있었다. 알고 보니 그쪽에 나머지 마리도 몸을 웅크리고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너무 귀여워ㅠ


나는 고양잇과보다는 개과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고양이의 매력을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할까나? 고양이도 강아지 못지않게 귀엽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오늘은 냥냥이들 덕분에 흐뭇하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오르막길 구간에서는 잠시 미소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가지 어플을 사용한다. 일단 빠르게 타임스탬프를 찍고, 산책 어플을 켠다. 걷는 코스를 그날그날 바꾸다 보니 나름대로 동선을 기억 및 기록하기 위해 강아지 산책용 어플을 쓰고 있다. 그대로 화면을 캡처해 두면 한눈에 내가 이동한 길이 보이는 게 뭔가 기분이 좋다.



노트북을 덮고 나면 열심히 땀복 바지 가랑이를 꿰매어놓아야 한다. 아휴... 나 바느질 못하는디... 클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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