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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Oct 04. 2024

꽃동산에서 밤톨이 부모를 찾습니다

미션 실패, 다음을 기약해 보자.

-오늘 실패한 미션:  플라워랜드 가서 밤톨이 엄빠 찾기.

+그래도 완수한 미션: 수제 딸기잼 만들기, 소파에서 기쁨이를 무사히 내려오게 하기


퐁당퐁당 공휴일이 가득한 주, 햇살 가득한 금요일, 재량휴업일을 만끽하다 소파에서 스르르 잠에 빠진 우리 딸 해피, 내 발치에 자리 잡고 눈을 감으려는 밤톨이까지, 완벽하다.


그렇게 어제를 한 번 떠올려 본다.


달콤하게 프렌치토스트

김치는 사이드


어제는 개천절. 아침에 눈을 뜨고 프렌치토스트를 아침으로 정했다. 쿠팡으로 숙 식빵이 새벽에 배달 왔기 때문이다.


우유 조금, 설탕 조금 넣어 만든 프렌치토스트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할 준비에 딱이다. 프렌치토스트는 우리집 일요일 아침 메뉴지만 개천절도 포함하자. 실은 우리 엄마가 주말 아침마다 해주던 게 맛있어서, 나도 전통을 내 맘대로 잇기로 한다.


오전에는 네 살 기쁨이와 근처 플라워랜드를 다녀왔다. 밤톨이 고향이라고 한 번은 가야지 벼르던 게 몇 달째였지? 엊그제로 밤톨이가 여덟 달이 되었으니, 반년 후에야 실행했다. 구름 낀 하늘, 오후 네 시에 비가 올 거라는 기상청 소식 때문에 서둘렀다.


기쁨이랑 둘이 마실을 나가려 하니, 나도 같이 데려가냐고 현관으로 달려오는 우리 밤톨이는 느이 아부지가 사다 준 오리링 간식으로 위로를 대신하고 '하우스' 외치고 문을 닫고 나간다. 미안!


30분 거리를 달려서 갔지만 거의 한 시간 정도 느릿하게 걷다가 비눗방울도 불면서 셀카도 찍고 간만에 기쁨이와 데이트를 했다. 핑크 뮬리도 보고 채 다 못 펴서 아쉬웠지만 커다란 국화밭과 분홍, 빨강, 노랑 장미꽃들 사이를 뛰놀며 간만에 사진을 많이 남겼다. 날씨 걱정한 게 무색하도록 구름 낀 하늘은 사진 촬영에 매우 협조적이었다.


드론에 쫓고 쫓기기


자그마한 정원 같은 꽃동산을 다 둘러보고 차에 탈까? 하는 찰나에 드론을 조종하는 아저씨를 만난 기쁨이는 드론을 만져보기도 하고 그 드론이 영상을 찍어주기도 했다. 자연을 찾아왔다가 기계문명을 만나니 아이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드론을 쫓아다니던 기쁨이가 거꾸로 드론에게 쫓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기 15분 전부터 스르르 차 안에서 기쁨이가 낮잠을 쭉 자려나 했지만, 들쳐 안고 살짝 침대에 눕히려던 계획은 신나서 짖는 밤톨이와 고잉세븐틴에 신난 누나 소리에 무산되었다. 그 또한 즐겁다.


다시 낮잠을 자지 않겠다 선언한 기쁨이는 그래도 딴에는 에너지를 방전해서인지 조용히 앉아 냉동해 두었던 불고기 볶음밥을 데워 주니 점심을 맛있게 해치웠다. 나도 엄마가 만들어 주신 콩나물과 밥을 김치와 비벼서 점심을 해결했다.


해피는 아침으로 구워 놓은 토스트에 김치까지 넣어서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출발했는데 부족했나 보다. 우리가 오기 전에 라면까지 끓여서 맛있게 간식을 끝냈다. 깨끗한 라면 그릇, 싱크대에 약간 남겨진 라면, 그래, 라면은 남겨도 괜찮아.


'우리 어디 나가?'라고 열네 살 해피가 묻는다. 엥, 계획은 없는걸, 흠? 할머니 집에 다녀올까? 했더니, '오케이 그럼 화장합니다.' 하더니 근 한 시간을 열심히 화장하다가 했다 지웠다 하더니, 결국 선크림에 틴트만 바르고 나섰다. 그래 선 긋는 거보다 쌩얼이 더 예쁜 걸.


라면으로는 부족했는지, 외가에 도착하자마자 외할머니가 점심으로 만들어 놓은 김치돼지고기볶음에 밥을 마다도 않고 맛있게 먹는 해피. 

그래, 여기가 우리 해피 없는 입맛도 살린 맛집이었지.



잘 먹었네, 홈메이드 떡볶이


그때만 해도 날이 좋아서 간만에 엄마와 기쁨이를 데리고 오일장을 가려고 하니까, 빗발이 분홍 셔츠에 굵은 자국을 남긴다. 굵어지는 빗발에 시장은 포기. 대신 동네만 산책했다.


그럼, 집으로 가서 떡볶이를 해줄까 했더니, 해피는 엽떡을 배달시켜 준다고 잘못 들었다며 집에 가자 재촉을 하기에. 아니, 홈메이드로, 어제 사놓은 분모자떡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하니,


실망한 눈치다. 외할머니도 먹고 가라 하시니, 다섯 시가 되어가길래, 밑에 마트 달려가서 밀떡 800그램사 왔다. 기쁨이 외할머니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었다.


우리 집에서 만들면 어묵에 떡이면 재료 다 넣은 것인데 옆에서 엄마가 당근이며 양파를 썰어 주시고 집 앞 화분에서 수확한 잔잔한 파를 넣으니 한 그릇 음식을 뚝딱 만들었다. 울 엄빠, 기쁨이까지 한 끼 해결했다.


해피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옆에서 장수풍뎅이인지 사슴벌레인지 자기 만한 크기로 그리고 앉았다.



계란찜은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로


잠깐 쉬다 빗발이 약해진 틈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계란찜과 밥을 먹고 싶다는 기쁨이를 위해 달걀 세 알만 넣어서 렌지 전용 용기에 파를 잘게 잘라서 찜을 만들었다. 떡볶이를 먹고 왔지만, 성장기 누나라 계란찜은 못 참지.

 

그렇게, 토스트, 라면, 김치밥, 떡볶이, 계란찜까지 해피 누나는 다섯 끼를 먹은 '먹방의 날'이 되었다.


아, 그리고 냉동 딸기 녹인 김에 처음으로 수제 잼 만들기를 도전했다. 뚝배기를 활용했는데, 오. 성공. 우리 기쁨이는 그것까지 알뜰하게 먹고 저녁 놀이를 시작합니다.

 


기쁨이의 모험 정신, 불안한 엄마의 마음


저녁 시간에 무엇이 우리 막내 기쁨이를 흥분하게 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빠와 화상통화를 했고, 할머니와도 화상통화를 했었다. 소파를 미끄럼틀처럼 위험하게 놀다가 엄마에게 또 잔소리 듣게 되는데, 그게 꼭 랩이 된다.


'기쁨아, 이제 그만 마음을 좀 가라앉히는 게 어떨까. 밑에 층 할머니 주무시는데 이리 뛰면 엄마가 너무 두근두근 하는데, 기쁨이가 너무 흥분하면 다칠까 봐 엄마가 너무 걱정돼.'


'지난번에 창턱에서 다친 것도 기억나지?'


'턱, 턱, 어디? 아, 창문 턱' 아는 듯 모르는 듯 따라 하는 기쁨이.


'그때 얼마나 아팠는지 잊으면 안 된다. 엄마는 그때 정말 십 년 감수했어.'


바로 이때 소파에서 앞 구르기를 시전 한다. 우리 기쁨이 운동신경이 발달에 맞추어 잘 크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으악, 소파에서 그렇게 굴렀다가 발등이라도 다치면 내일 선생님이 준비해 놓은 가을 캠핑 수업 못 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제 엄마랑 책 읽고, 발등 한번 확인해 보자.'


나는 노력해서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써봐도,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생겨나고, 바로 옆에 있어도 몸이 깃털같이 움직이는 기쁨이랑 사는 일상을 평온한 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 해 본다.


해피, 기쁨이, 밤톨이와 함께 빨간 날 하루를 거세지는 빗소리로 마무리되었다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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