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머금은 물을 확 쏟아내는 구름 한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많다.비가 자주 와야 정상인데 그동안 비를 못 내리는 구름은 힘들었겠다.
축 처지기 직전까지 꾸역꾸역 버틸 데까지 그 무게를 이는 것으로 읽히는 것 역시내 맘이고 내 뜻이지.
암튼 비가 오면, 대신 살풀이 해 주는 듯하여 시원하고 좋다.
볼일이 있어 예전 살던 동네로 왔다. 아침에 잠시지만 빈자리 메꾸려고 김밥 싸 놓고 비 올 것을 알고도기쁨이 비옷이랑 내 우산을 깜빡했구나.가방 챙겨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앗차차..
걱정할일은 없었다.
어린이집에 들러서내가 볼일을해결하는 동안 기쁨이는소싯적 친구와 재회를 했다. 품 넓은 원장님이 기쁨이를 맡아 주시고 소나기 피할 우산도 빌려주신다. 염치도 없이, 난 이 모든 친절을 받고 기억하기로 한다.
KTX도입석 반반 섞인 자리였고, 간이석에 앉은 비즈니스맨도 기쁨이를 위해서 흔쾌히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다들 꽃나들이 나가는가 기쁨이를 위한 유아동반석과 내가 앉을 성인석이 매우 멀었지만 기쁨이 옆자리 분께서 양해해 주셨다.
기분 좋은 일만 기억하기로 한다.
버스 타고 커피도 마실 여유를 얻어서단골카페에 왔다.소낙비에 카페도 한산했다. 가끔안부를주고받던사이이긴 해도이미 반년이면 잊었겠지 싶어 바닥만 보며 주문하는데되려 먼저 알아봐 준다. 그 눈빛이 무척반갑다.
기차간에서는 어머나, 눈떠보니 금요일.아이고 놀래라 뭐 하다 이 시간이 돼버렸지? 그래도 이번 주에 이리저리로 다녔니까 뭐라도 쓰게될 거라고 대책 없이 지내다 이 시간까지 백지일 줄이야.
그래서 떠올려보는 지난 시간들.
북카페 작은 공간에서 강원국 작가의 인생공부 강연을 한단다.스무 명이 정원이다. 둘러앉아 강연을 들었다. 작가님은 글 2만 5000개를 썼고 여러 채널에 올리다 보니어느 순간 전업 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지나 보니 총 8단계를 거쳤다 했다. 1단계 읽고 듣고 많은 것을 배우기 2단계 읽고 들은 것에 대해 생각하기 3단계 떠오르면 쓰기 4단계 기억을 말하기, 그리고 나를 되찾기 5단계 말이 되는 것 찾고,다시 글로 쓰기 6 단계부터 돈 벌며 말하기가 시작되고 7단계는 돈 벌며 글쓰기가 가능해졌고 8 단계는 쓴 책으로 인세를 받는다고 했다.
아니 왜 하라는 대로 해도 안되죠?하는 이들을 늘 만난단다. 아마추어 글쓰기에 머무르며 프로까지 도달하진못한 것이며, 첫 2~3년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데, 누구든 시작하자마자 한 달에 200만 원 벌기쉽지 않단다.답은 되든 안되든 계속하는 힘이겠네.
어머니 부재와 고3 한 번 더 다닌 이야기 그리고 우울증을 선사한 유능한 사수까지 자기가 복원한 정체성을 풀어주는 이야기 속에서 절절하게 뿌리내린 강렬한 의지, 오뚝이 같은 뚝심이 보였다.
작가님이 말한 고난, 결핍, 천적이 한데 버무려져 있다. 삼중고가 얽히는 그 모든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성패를 가른다며 반사체에서 발광체로 거듭난 작가님 뒤로 후광이 보였다. 자아도취 중1딸도 읽고 듣고 해서 발광체가 되게 할 방법이 어디 없을까요? 하는 내 우문에 이렇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