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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Nov 01. 2024

고독 속에서  조금만 비틀기

 자발적 홀로 있음 |지디 컴백

'고독이란 자발적 홀로 있음'이라는 정의가 새롭지만 익숙하게 들렸다. 최재천 교수는 '조금' 색다른 각도로 문제를 이해했더니 '조금' 다른 발상이 가능했고 그게 많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 엄마를 대신해서 아이를 9시면 꼭 재우고, 이후 시간은 홀로 곰곰이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려고 했단다. 엄청난 업적의 교수와 독박육아라니 매치가 쉬이 되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강의를 하러 갔다던가 하는 썰을 들을 때면 남일 같지 않아 옆집 언니와 수다를 떠는 듯도 했다.


나는 우리 네 살 기쁨이를 9시에 재울 수 있을까? 9시가 가까워지면 몸은 자자고 하는데 말이다. 거꾸로 우리 기쁨이는 누워 지내는 아기였을 때마저 잠이 적어서 그런지 아직 쌩쌩하네.


몸과 마음의 키를 쑥쑥 키우려면 잘 자는 게 제일 중요하다.  숙제가 우리 앞에 남아있네.




낮잠을 잤다. 간만에 낮에 졸음이 오는 날을 만나 옳다구나 하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계획한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었고 어찌나 개운했나 진땀도 났다. 미리 바이러스의 침입을 물리치려고 한 것 같지만 잘 버틸지 모르겠다. 탁센을 어제부터 시간 간격을 두고 한 알씩 먹었다.


교감신경은 눈앞에 미친개가 달려들면 발동하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고 하더니. 내 교감신경은 꽤 긴 시간 동안 활성화되어 있었다. 몇 달을 잘 못 자고도 버티나 싶었는데 가을비와 환절기에 맥을 못 추면서 슬금슬금 잠은 늘었다.


밤이든 아침이든 잠이 좀 늘었다는 건 비교감신경이 발동하는 걸까. 아니면 해가 짧아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지디 컴백

빗 속 등교로 시작, 긴 하루


지디가 컴백을 했다기에 주중이지만 규칙을 어기고 티비를 틀었지. 그날은 깜빡했지 뭐야. 다음 날 늦었지만 티비로 유퀴즈 재방을 찾았다.


기쁨이가 나랑 놀자고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그 마저도 다 못 보고 껐다. 네가 태어나서부터 항상 공백기였으니 네가 지디를 알 리가 없는데 말이다. 주말에 다시 정주행 해야지.


그 전날이었나? 비는 오고 해피는 늦잠을 잤던가. 학교에 고이 1교시 시간에 맞추어 태워 보내고는 다시 20분 이동해서 병원을 향했다.


오후 해피가 하교한 시간에 가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으러 가면 대기만 2시간이 넘는다. 그 시간 좀 줄이려고 아침에 한 번 더 가서 접수만 먼저 했다.


거기서 10분 거리 인근 대학병원에 가서 비급여 진료비세부내역서를 받아 왔다. 얼마 전에 재활의학과에서 해피가 처음으로 주사치료를 하고 실손 보험에 보상 접수를 했는데 추가 서류를 보완해야 했다.


몸 마음이 겪는 성장통에 내가 다 몸살이 날 것 같은데, 잦은 병원 일정에도 우리 해피가 지치지 않고 학교도 무사히 다녀주는 것이 대견할 따름이다.


네가 그랬지. 엄마가 쓴 글이 네 개가 넘은 걸 이제사 봤더라며... 한 달이 슝 날아가 버렸다. 그치?




그 사이에 나는 학부모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줌으로 모인 지 네 번 째다. '최재천의 공부'를 함께 읽고 있다. 책과 나눔은 둘째 치고라도 한 주에 딱 한 시간만 소리 내서 읽어도 얇지 않은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책 한 권 읽는데 걸리는 게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참가자들은 같은 책을 고른 분들 모여서 그런지 수더분하고 한결같다.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거나 길게 말하려 하지 않으며 애써 정해진 시간을 넘기지 않는 식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 이렇게나 타인을 배려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엔 참 많다. 그렇고 그런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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