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금 金

by 하이디 준

모든 것을 뚫어버리는 창과, 그 어떤 것도 막아내는 방패를 생각했다.


그 고풍스런 이야기를 칙칙하고 녹슨 것으로 바꿔버리는 ‘모순’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이야기 속에서 두 상인을 지켜보던 제 3자는, ‘그럼 두 개가 서로 맞부딪친다면, 어떻게 되지요’라는 질문으로 모든 이들을, 그리고 세상에 태어날 모든 후대들까지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 창과, 그 방패가, 서로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것을, 미끄러지듯, 이끌리듯 달려가고, 날아가는 것을 상상한다.


창은 부러지고, 방패는 동강난다.


아니, 실은 양 극에서 달려온 두 개의 전혀 다른, 상반된 그것들이 부딪치며 폭발하고, 섬광을 뿜어내고, 수억 개의 거울이 긁히며 내는 수십억명의 귀를 찢어놓을 듯한 소음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들이 영원히 만나지 않는 양 극에서 맴돌기보다, 서로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어 찬란한 파열을 이루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모순을 깨어버릴 방법은 그것뿐.


아름답고 잔인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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