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水
먹지 말았어야 할 것들을 먹고,
보지 말았어야 할 것들을 보고,
듣지 말았어야 할 것들을 들어버려서.
몸과 정신은 구역질나는 진창.
도망가고 싶어도 어디로? 어떻게? 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잠이 오지 않으니까
새벽에 집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해도
밖엔 빛이 없고, 꼴에 여자라서,
게다가 약골이라서 위험할 수도 있고,
엄마 눈치를 봐야할 수도 있고,
옷을 껴입어야 할만큼 추울테고,
목적지는 없고,
그렇다고 차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분 전환을 위한 드라이브 같은 건
꿈에나 나올 일이고.
애초에 몸을 움직여야 풀릴 테니까
차 따위 소용없다는 거 알면서.
실상 모든 물건들이 내게
지금 무용하다는 걸 알면서.
나를 사랑하는 건 왜 이렇게 힘들지.
물론 솔직히 남을 사랑하는 것도
더럽게 골치아프긴 마찬가지야.
왜 모든 게 답답하도록 복잡해야만 하는 거지.
단순해지려고 하면 대신
식충이가 되는 기분이긴 해.
하면 안되는 것들, 못한다고 말하는 것들 천지.
대체 언제까지 주정뱅이마냥
제 토사물 위에서 뒹굴고 있을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