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

수 水

by 하이디 준

일어나면서부터 화가 나는 날이 있다. 특별히 잠이 부족한 것 같지 않은데. 너무 많이 자서 화가 난다고도 이유를 갖다붙인다. 누구의 목소리든 거슬리고, 모든 이야기도 고깝게 들린다. 생리적인 현상… 이라고 지껄이는 내 안의 소리도 잡아 뜯어내고 싶을만큼 싫다. 며칠 간 가둬놓아 미쳐버린 야생의 짐승처럼, 울부짖고, 물건을 내던지고, 공격하고, 마침내 자학하고 싶어진다. 수천 개의 침처럼 옷과 살을 파고드는 겨울 바람은 도움이 된다. 사람은, 싫다. 수의학이라도 했어야 했나. 구질구질한 것도 싫다. 싫은 것 투성이인 떼쟁이 아이처럼 되어가는 이 상태 자체도, 역겹도록. 그 속에서 발끝 하나 젖지 않으려고 꺅꺅거리는 자존심도 너무나, 너무나 가소로워서. 뚝, 하고 부러뜨려버리고 싶다.


내가 느끼는 것.

느껴야만 한다고 믿는 것.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것.

모든 것들이 뒤범벅이 되어버렸다.

징그럽고 혼란스럽고 화가 나서, 죽일 듯이 그것들을 가위로 잘게 잘게 잘라보지만, 애초부터 점액질이었던 양 금세 다시 뒤섞이고 만다. 가끔, 내 몸이 내 혼을 못 견뎌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건, 진실일까? 환상일까? 스스로에게 만족하기로 했다면서, 수행이라도 한 듯 뻐기면서, 결국 이런 날엔 원상태로 돌아온다.


“예술가. 이상주의자.

겉만 번드르르한 말들.

비현실적인 말들.”

내 귓가를 앵앵거리는 선언들.

마치 뭔가를 더 아는 듯한 눈과 입매로 [현실]이라는 단어를 구성해내는 마네킹들.


하지만 어쩌지.

내가 사랑하는 건 그쪽이 아니야.

사랑이 얼마나 지독해질 수 있는지는

죽음도 잘 알고 있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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