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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Oct 31. 2020

내가 혼자여도 괜찮은 이유

내가 혼자여도 너무 괜찮은 이곳, 타이완







혼자 사는 여자가 아직도 많은 이들의 잔소리의 대상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 혼자 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왜’ 혼자 사느냐 반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나라, 우리나라. 사실 나는 타이완에 장기간 체류하기 전까지 같은 아시아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우리들'이 이다지도 다르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쨌든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내 나름대로 적응을 하고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방식 역시 대한민국은 고집하지 않고 이 나라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되 나쁜 점은 최대한 침묵하는 길을 택했다.









사실 나는 타이완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나의 사생활에 관련된 주변 지인들의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몇 살이냐 결혼은 했냐 여태껏 혼자냐 아이는 왜 안 낳겠다는 거냐 등등 한국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질문의 탈을 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련된 문제들을 이곳 사람들은 결코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름의 위로?라는 것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에선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위로할 필요도 또 남들과 다르다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곳에서 혼자인 내가 생각보다 아주 많이 만족스럽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쏘아붙이거나 '제발 관심 좀 꺼주세요.'라고 차갑게 되받아치므로 인해 단절되는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나인채로 밥벌이를 하면서 취미 생활을 하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늙어가는 일상들이 나는 참 소중하다.







확실히 이곳은 날씨도 축축하고, 벌레도 많고, 사람들의 패션 센스도 영 꽝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만한 가치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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