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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06. 2021

보글보글 돼지고기 김치찌개

with. 포슬포슬 계란말이




보골 보골 보골. 바쁘단 핑계로 여러 날의 끼니를 대충 때우다 보니 정겨운 찌개 끓는 소리가 그리워진다. 이럴 땐 뜨끈한 밥에 건더기를 척척 올리고 칼칼한 국물을 얹어서 슥슥 비벼먹는 게 보약이고 디톡스다. 이 모든 걸 충족시켜 주는 건 그 녀석 밖에 없지. 오늘의 메뉴는 한국인의 소울이 담긴 김치찌개다.



주문을 마치니 곧바로 넙대대한 그릇에 하얀 쌀밥이 등장한다. 음? 왜 너 혼자 왔니? 반찬 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인 대접밥을 멀뚱이 보고 있자니 금세 구수한 찌개 냄새가 가까워진다.



주방에서 살짝 끓어 나온 김치찌개는 내 앞에서 바로 보골보골 끓기 시작한다. 침샘을 자극하는 ASMR이며 새콤칼칼 구수한 향기가 모든 감각을 여기에 집중시킨다.



심지어 찌개의 품속에는 기름기 좔좔 보들보들한 앞다리 살이 한 덩이 가득 들어있다. 국물에 돼지기름이 녹아들어가며 솔솔 올라오는 고소한 냄새는 끓으면 끓을수록 더 매력적인 향을 짙게 풍겨준다. 아, 이건 좀 못 참겠는데. 얼른 다 끓어주면 안 되겠니.



자고로 찌개는 오래오래 끓일수록 제맛이 나는 법. 배고픔에 맛이 덜 찬 찌개를 흡입하는 불쌍사를 막기 위해 금방 먹을 수 있는 사이드를 함께 주문했다. 바로 김치찌개의 단짝인 계란말이다.



노랗고 도톰한 계란말이는 뜨끈뜨끈 포슬포슬 보드라운 식감이다. 거기에 담뿍 뿌린 케찹과 머스타드의 새콤달달한 맛이 허기진 속을 달래준다. 요게 참 맛은 있는데, 뭔가 아쉽다. 안되겠다. 지금 필요한 건 탄수화물이다.



꾹꾹 눌러 동그랗게 올린 밥 한 숟갈 위에 통통한 계란말이 하나를 살포시 올려 입에 넣는다. 포슬포슬한 계란의 식감에 쫀득한 쌀알의 식감이 더해졌다. 거기에 탄수화물의 든든함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한껏 입맛을 돋우고, 전반적으로 슴슴해진 맛이 본격적으로 짭짤한 찌개를 생각나게 만든다.



안녕 찌개야? 이제 다 끓었니? 아직 아니라고 대답해도 어쩔 수 없다. 더는 못 참겠거든.. 슬며시 이성의 끈을 놓은채 찌개의 중심에서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는 고기 한 점을 덥썩 집어 올린다.



밥 위에 김치를 척! 고기 한 점을 척! 한입 가득 한국인의 소울을 맛본다. 먼저 느껴지는 맛은 국물을 가득 머금은 김치의 아삭 새콤 칼칼한 맛이다. 거기에 쫀쫀한 밥알이 어우러지며 부드럽게 맛을 중화시키다가 진득한 고기와 고소한 돼지비계의 육향이 느껴진다. 그려 이 맛이지 싶다가도 살짝 부족함이 느껴진다. 고기와 김치의 비율을 잘못 맞췄는지 살짝 심심한 맛이다.



그렇다면 또 방법이 있지. 밥 김치 고기의 조합에 찌개 국물을 더해준다. 국물이 너무 많으면 자칫 밥알이 풀어지고 질척해질 수 있으니 숟갈의 아래만 스을쩍 담가 촉촉하게 적셔준다. 크으. 완벽하다. 좀 전의 심심함을 짭짤하고 구수한 국물이 빈 틈 없이 채워주면서 최적의 밸런스를 만들어준다. 쫀득하던 밥알은 포슬슬한 식감이 되었고 적절한 짭짤함이 고기의 풍미를 한껏 드러낸다.


자, 이제 준비운동은 끝났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다.



밥 위에 고기를 잘게 잘게 쫑쫑쫑.



김치도 잘게 잘게 슥슥슥.



김가루 한 줌을 슬슬슬.



마지막으로 찌개 한 국자를 쪼로록 담아 슥슥 비벼준다.



짜잔, 김치찌개의 완전체가 연성되었다. 잘게 자른 김치가 아삭 새콤한 맛을 여기저기 톡톡 터트려주고 폭신한 고기의 향이 사이사이 어우러진다. 거기에 국물을 머금은 쌀알들이 촉촉 짭짤하게 모든 맛을 조화롭게 이어준다. 마지막은 잘 녹아든 돼지기름과 김가루의 고소한 조합이 모든 풍미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이 맛을 보았으니 이제 게임은 끝났다. 남은 건 폭풍 흡입뿐이다.


한 대접을 그득이 먹어주고 나니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에 시달리던 몸뚱이가 스르르 해독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축 쳐지고 무기력하던 마음도 슬쩍 기운을 차린 것 같다.

  

바쁘다, 귀찮다는 핑계로 잃어버려선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내 몸의 기력을 돋워주는 좋은 먹거리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행복한 순간들이 그것이다. 새삼 깨닫게 되는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나를 더 아껴주는 식사를 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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