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취미는 라이딩이다. 한 동안 도림천 안양천 일대를 걷고 또 걷는 것이 코로나의 답답함을 털어내던 유일한 탈출구였으나, 어느 순간 오목교를 기점으로 아래로는 고척교, 위로는 이화의료원 부근까지 일정한 레인지를 맴돌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밖에서 운동한다는 게 좀 넓은 케이지 안에 들어가 있는 다람쥐 꼴이었다.
더 멀리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시작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탔었던 기억이 아슴했다. 잘 탔었는지 시도해 보다가 말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유일한 기억이 20년 전쯤 아반떼를 사서 한참 놀러 다닐 때 접어서 속초 한화 콘도까지 트렁크 실어 간 기억은 있는데 자전거를 탔던 기억은 불분명했다.
우선 따릉이 보관소를 찾았다. 내가 탈 수 있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상암동 근처의 따릉이 보관소를 찾아 한강 난지 공원 안쪽까지 찾아 헤매다가 (카카오 맵을 보면 잘 나와 있는데 딴 앱에서 엄청 헤맸다) 하늘 공원 입구 쪽에 따릉이 보관소를 발견하였다. 8월 한낮인데 무지 더웠다. 일단 따릉이를 빌려서 하늘 공원에 올라가서 자전거를 한 번 타 보려고 했다. 하늘 공원 역시 처음이라 입구에서 공원까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을 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34도 넘어가는 한 여름에 경사 7~8도 되어 보이는 길을 끌바(자전거를 끌고 올라감)로 올라갔다. 그리고 가슴 쪽이 축축해지고, 땀이 몇 줄기 흐르는 느낌이 난 다음에야 겨우 하늘 공원에 도착했다. 빨리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 안장을 양발이 닿을 수 있게
높이를 맞춘 다음 따릉이에 올라탔다. 두 발을 천천히 동시에 한 번 구르고, 두 번 구르면서 앞으로 나가면서 자전거 중심을 중심을 잡고 다음은 세 번째는 좀 힘차게 구르면서 탁하고 발을 페달 위에 올림과 동시에 저어나가는 <슝슝탁 전법>으로 타 보려고 했다.
솔직히 서너 번만 연습하면 바로 쌩쌩 달릴 줄 알았다. 애들도 타는데 이쯤이야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 페달도 밟아야 하고, 핸들로 방향도 맞추어야 하고, 코너링 때나 미세한 경사로에서 속도가 조그만 빨라져도 허둥지둥 브레이크를 잡곤 했다. 한 바퀴 도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사이 <슝슝탁>만
몇 번을 했는지 셀 수가 없었다. 게다가 코너링할 때는 브레이크 조작 미스로 길 밖 키 높이 나무 사이로 여러 번 달려 나갔고, 심지어 그냥 서 있던 경운기를 피하려다 서 있던 자전거와 거의 충돌할 뻔했다. 잠시 일손 놓고 쉬시던 분들이 슬쩍 엉덩이를 드는 게 보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첫 실습을 마치고 경사 7~8도의 길을 타고 내려갈 엄두가 안 나서 잡바(자전거를 잡고 내려온다는 ㅋ 제가 만든 말입니다 ㅎ)로 내려왔다. 놓치면 앞으로 쏜살같이 달아나 버릴 것 같아 힘 잔뜩 넣어 자전거를 잡고 내려왔더니 양쪽 승모근이 돌처럼 딱딱해졌었다.
2.
정말 자전거가 타고 싶었었다.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도림천 근처에서 따릉이 보관소를 찾아 헤매다가
도림천 바로 옆 따릉이 보관소를 발견했다. 따릉이 앱을 열었고 QR 코드 찰칵~ 여기까진 순조로웠다. 도림천 자전거도로로 갈려면 따릉이 보관소에서 도림천 진입로까지는 좁고 울퉁불퉁한 인도를 통해 가야 한다. 일단 안장을 좀 낮추고 앉아서 출발했다. 슝슝탁하면서 한 번에 페달 위에 발을 올리려 하는데 실패해서 다시 슝슝탁으로 바닥을 밀어주면서 앞으로 나가는데 눈앞에 급히 전봇대가 보였다. 인도 가운데쯤 있는 전봇대라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반으로 잘라 놓았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저 좁은 사이를 통과할 수 있을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무릎과 손바닥이 쓸려서 무지 아팠다. 그런데 자전거는 넘어지면 아픔보다 쪽팔림을 먼저 수습해야 한다. 다행히 주위에 사람이 없다..... 끌바로 도림천 자전거 도로로 향했다.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전거들과 보행자들로 정신없는 도림천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고 감이 뜸해질 무렵 도로 300m가량을 달려 안양천 신정교 밑 삼거리까지 갔다. 역시 무리였다. 마음과 자전거가 따로 움직였고, 마주오는 자전거에 대한 공포가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다시 끌바로 따릉이를 보관소까지 잘 모셔다 두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될 거 같았다.
우선 헬멧과 장갑을 샀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지 신정교 목동 쪽 아래쪽으로 안양천 자전거 도로와 연결된 따릉이 보관소 옆에 축구장이 매일 밤 빈 채로 있다는 걸 발견했다. 코로나로 축구 모임이 금지되어 있었다. 나에겐 전용 자전거 연습장이 하나 생긴 셈이었다. 그날부터 비 오는 날에도 쉼 없이 매일 하루 한 시간 씩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직선 주행, 코너링, 브레이크 잡기, 펜스와 골대 사이 좁은 공간 통과, 기어 바꾸기 (따릉이는 3단) 등을 반복적으로 실습했고, 집에 가서는 유튜브로 동영상 교육도 했었다. 그동안의 삶으로 비추어 보아 일이라면 모를까 취미를 가지고 발동한 이런 집념은 처음이었다.
3.
아아... 다시 생각해 보니 사실과 다르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에 체온을 올려 면역력을 높이려고 크로스 핏을 시작하였다. 격렬함의 끝판왕 크로스 핏은 게으른 운동에 젖어 있던 나에게 땀줄기, 구역질, 가끔 산소 부족으로 인한 화이트 플래시 등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가끔은... 운동하는 걸까? 내 몸 학대하는 걸까?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매달 더 높은 운동 강도에 익숙해지면서 나름대로 운동의 기쁨을
느꼈다. 1년 가까이 땀 뻘뻘 흘리며 코 시국을 잘 견디고 있었는데, 작년 10월 마지막 주에 운동하러 갔다가 벼락 맞은 느낌으로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하여간 2달 가까이 일이나 생활이 엉망이 되어버렸으니, 크로스 핏이라는 단어조차도 보기 싫을 정도였다. 회원권이 2달 이상 남아 있는데도 아직 환불 연락조차 안 하고 있다. 1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코로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8년 전쯤에는 홍 코치라는 아주 궁합이 잘 맞는 PT 선생님을 만나서 100kg 바벨로 풀 스쿼드를 할 만큼 웨이트에 푹 빠져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게 3년 동안이었으니 꽤 긴 시간이었는데도 홍 코치가 전근(?) 가고 만난 만난 코치와는 운동 궁합이 별로였는지 이내 웨이트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다.
그리고 15년 전에는 등산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주말마다 관악산 북한산 번갈아가며 다녔고, 소백산, 설악산, 지리산, 설악산 등 큰 산 원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봄 강화도 마니산 정상의 도사님들의 수련, 한 여름 심학산에선 나무 터널, 가을 명성산의 화려한 억새 능선, 겨울 계룡산의 정상에서 만난 고양이와 눈 등은 잊지 못할 명장면 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부슬비가 내렸고, 난 향로봉 쪽에서 올라와서 비봉 정상으로 가고 있었다.
비봉을 바로 올라가려고 할 때 만나게 되는 최대 난 코스는 정상 바로 아래 4m나 되어 보이는 담벼락 같은 바위벽이다. 이 바위 벽은 4번 정도의 동작으로 올라가야 한다. 우선 얼굴은 바위 쪽에 바짝 붙여야 한다. 다음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 45cm 정도 높이 바위벽 튀어나온 부분에 안축을 붙이면서 디디고 오른다. 동시에 오른손을 위로 쭉 뻗어 홈을 찾아 손가락 둘째 마디까지 충분히 넣고 버틴다. 오른쪽 손가락을 홈에 잘 넣고 댕길만하면 왼발을 오른발보다 높이 들어 올리면서 다음 디딜 곳을 찾아 안축으로 버틴다. 그다음은 왼발에 힘을 주고 위로 밀어주면서 왼손을 들어 홈을 찾고 손가락을 넣고 댕긴다. 마지막으로 바위벽 상단의 모서리를 오른손을 잘 잡고 댕기면서 왼손까지 모서리로 이동하게 되면, 두 손의 손가락에 힘을 주어 위로 밀어올리면서 바위벽 위 쪽으로 몸 전체를 들어 올린다. 박자로 보면 하나, 둘, 세~엣 일거다. 이걸 평면으로 본다면 도마뱀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과 같은 동작으로 보일 수 있다. 가끔씩 샅 쪽으로 찌릿찌릿 겁이 올라와도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예닐곱 번도 더 넘게 이곳을 넘어 비봉 정상으로 갔었다. 그런데 그날은 부슬비에 바위벽이 젖어 있었던 탓인지 하나, 둘 하고 오르는데 갑자기 아래로 쭉 미끄러졌다. 다시 하나 둘 하는데 또 미끄러졌다. 어? 하고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는데 둘까지도 가지 못했다. 여러 번 바위에 붙어서 시도해 보는데 계속 미끄러져 내리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등 뒤에서 쎄~하게 한기가 몰려오고 가슴에 먹구름이 밀려왔다. 어후....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팍 들었다. 갑자기 등산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는 날이었다.
4.
어떤 운동도 이별하고 나면 뒤끝(?)으로 부산물들을 남겨둔다. 등산을 다니지 않으니 20리터부터 56리터까지 배낭 네댓 개, 속옷부터 외투까지 기능성 등산복 여러 벌, 계절별 모자들, 스틱, 물통, 스패치, 아이젠, 고글 등등이 쓰임도 없는데 옷장의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한 번 씩 확~하고 재활용센터로 보내버리려다가도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돈이 아깝다... 혹은 다시 등산 가면 어쩌??? 이런 이유들로. 크로스핏도 마찬가지다. 아래위로 체육복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나름 장비가 필요하다. 손목, 팔목, 무픞 등 관절의 보호대들이 종류대로 있고, 등산용과는 다른 물통도 있다. 이놈들도 역시 세상에 나올 일은 없는데 옷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라이딩은 시작한다면.... 그 이전의 운동과는 차원이 다를 것 같았다. 일단 자전거부터 사야 하니까....
음.... 사실은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라이딩 연습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내 자전거를 샀다. (계속)
내 자전거 턴 D8